요염하게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그녀(?)의 질문에 누가 ‘노(NO)’라고 답할 수 있을까. 작은 집을 떠나 큰 집으로 무대를 옮긴 뮤지컬 ‘헤드윅’은 제목 뒤에 붙은 ‘뉴 메이크업’이란 부제에 걸맞게 새로운 비주얼로, 그러나 이전의 솔직한 이야기와 주체할 수 없는 록 스피릿은 그대로 장착한 채 관객을 다시 찾아왔다.
기본 줄거리는 그대로 가져가지만, 주인공이 노는 물은 더 커졌다. 극 중 헤드윅이 공연하는 장소는 기존 뉴욕의 허름한 모텔에서 공연의 메카 브로드웨이로 바뀌었다. 실제로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섰던 헤드윅 오리지널팀이 브로드웨이에 입성,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한국 공연도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신은 무대다. 극 중 헤드윅의 쇼가 열리는 곳은 흥행 참패로 막을 내린 뮤지컬 ‘정크 야드(Junk Yard·폐차장)’의 공연장이다. 폐차장을 구현한 무대 위에는 실제 폐차장에서 공수한 20여 대의 차량이 쌓여 있다. 녹슬어 잠들어 있던 이 고철 덩어리들은 극이 전개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한몫을 한다. 관객과의 교감에도 깨나 신경을 썼다. 헤드윅이 객석을 통해 등장하고 극 중 오븐에 머리를 넣는 장면에선 2층 관객을 위해 생중계 카메라로 그의 모습을 스크린에 투사해 호응을 이끌어 낸다.
라이브 밴드의 강렬한 사운드와 배우들의 미친 가창력은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다만 공연장 자체의 음향 시설이 이 둘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포장이 바뀌어도 헤드윅 본연의 매력은 그대로다. 화끈한 도발과 무대를 장악하는 시원한 음악은 2시간 동안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캐스팅 별로 기본 넘버 외에 추가한 ‘특별곡’이 다르고, 저마다 선보이는 애드립도 천차만별이라 ‘누구의 헤드윅을 봤느냐’에 따라 감상도 크게 달라질 듯하다. ‘헤드윅 전회 매진 신화’의 주인공인 조드윅(조승우)은 공연이라기보다는 팬미팅 하는 듯한 노련함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수위 높은 농담과 애드리브 속에 공연 시간이 10여분 길어지는 것은 조드윅이 건네는 특급 선물이다. 이번 시즌 헤드윅은 조승우·조정석·윤도현·정문성·변요한이다.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사진=쇼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