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공지능은 아직 걸음마 수준

구글 '알파고'는 9일 이세돌과 세기의 대국 한다는데…
IBM·애플 등 글로벌 기업 '차세대 두뇌' 개발 잇달아
한국과 기술격차 2년 달해
미래부, 올 300억 투입해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현역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과 9일부터 '세기의 대국'에 돌입하는 가운데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이번 대국을 기술개발 활성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IT 대기업인 구글과 IBM,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은 인공지능을 '차세대 두뇌'로 판단하고 일찌감치 개발에 나선 상태다.

인공지능과 관련해 가장 먼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쪽은 IBM이다. IBM이 지난 1997년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블루'는 개발이 완료된 해 세계 체스 챔피언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으며 '인공지능의 등장'을 알렸고 2011년에는 역시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왓슨'이 미국 인기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에서 우승을 거뒀다. 현재 왓슨은 신용도 평가, 환자 병력진단 등 금융과 의료 부문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수준이다.


애플이 이 회사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탑재한 '가상 비서' 시리(Siri)는 이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주고 최근에는 개인 일정관리까지 도와주는 방식으로까지 발전했다. 페이스북은 사진에서 사용자의 얼굴을 자동으로 파악해 이름 태그(꼬리표)를 달아주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MS는 지난해 12월 빅데이터 분석으로 날씨를 예보하는 '샤오빙'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구글이다. 알파고는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인공지능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매 순간 최적의 결과를 찾는 방식의 기술이다. 또 구글은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에서 선도기술을 보유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사진 속 인물을 식별하는 '구글포토' 서비스까지 출시했다.

반면 국내 기업은 이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SK플래닛과 엔씨소프트 등 인터넷·게임회사들이 음성인식과 딥러닝 기술을 개발하고 일부 제품·서비스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도 올해 초에 와서야 가정용 로봇개발 벤처업체인 지보(JIBO)에 200억원을 투자하고 이달 스마트카 전자장비 사업에 뛰어들며 인공지능 관련 기술개발을 예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세라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연구개발(R&D) 역시 아직은 미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연구소와 대학 소속 연구팀, 일반 기업 등 정보통신기술(ICT) 정부 R&D에 참여한 119곳 중 39곳만이 인공지능 관련 R&D를 수행했다. 인공지능 분야 선도국인 미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100으로 본다면 한국의 수준은 75 정도이고 기술 격차는 2년이라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예산 300억원을 들여 인공지능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개발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9일부터 열리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보기 위해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등 세기의 대결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허사비스 CEO는 이날 "알파고는 모든 준비가 돼 있고 이길 자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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