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의 철학경영] 당근 먼저, 필요하다면 채찍을

<19> 원숭이를 우습게 보지말라
인센티브 총합만큼 순서도 중요… 채찍이 먼저면 본능적 거부감
칭찬부터 하고 질책은 아껴야


원숭이를 키우는 농장 주인이 어느 날 원숭이들에게 선언한다. "자 오늘부터 너희에게 도토리 지급 방식을 종전과 달리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지급하겠다." 그랬더니 원숭이들이 다 들고 일어났다. "도대체 말이 안 된다.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시오!" 주인은 요구 조건대로 들어주면서 중얼거린다. "바보 같은 놈들! 둘 다 도긴개긴인데 그것도 모르는구먼!" 중국 철학자 장자가 쓴 '제물론'에 나오는 이야기다. 자, 여러분은 누가 더 바보라고 생각하는가. 합이 7이면 다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주인이 현명한가, 아니면 순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숭이가 더 현명한가. 아니면 둘 다 바보인가.

우선 원숭이들은 왜 아침에 더 많은 것을 먹기 원했을까. 종일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아침에 먹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저녁 때 많이 먹으면 살만 찐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물론 원숭이가 다이어트에 신경을 쓸 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저녁에 먹을 것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일단 더 많은 것을 확보해두는 것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유리한 전략이다. 만약 아침에 2개 주고 저녁에 5개 준다고 했다면 합이 7개고 뭐고 간에 정말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배우는 교훈은 합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순서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용어의 순서를 보라. 채찍이 먼저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진다. 당근이 먼저면 잘하면 안 맞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채찍이 먼저면 일단 맞고 보는 거다. 잘하면 당근을 받을 수 있지만 그때는 이미 맞아 기분이 상하고 난 뒤다. 매사에 먼저 잘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은 자네를 무척 아꼈기 때문에 칭찬보다는 야단을 많이 친 걸세." 더 이상 약발이 통하지 않는 위로의 말이다. 칭찬이 항상 먼저다. 그리고 야단을 아껴라. 미국의 포춘 500대 기업의 임원들이 사용하는 칭찬과 야단의 빈도수를 조사하니 황금 비율이 나왔다. 칭찬 여섯 마디에 야단 한 마디다. 이것을 모 회사에 가 강연 때 말했더니 한 간부 임원이 쉬는 시간에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님. 우리 회사 분위기는 좀 다릅니다.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내 보스는 나를 미워하고 있다"고 답한다.

영국 런던에서 중범죄를 저지르면 호주로 보냈다. 1,000명을 배에 태우면 100명만 살아 도착한다. 시민단체의 항의가 빗발친다. "아무리 죄수지만 인권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특단의 조치 하나를 취하니 1,000명 태우면 900명이 살아 도착한다. 무슨 조치를 했을까. 전에는 몇 명을 태우느냐에 따라 운임을 지급하다가 이제는 몇 명이 살아 도착하느냐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죄수가 고객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공산당 치하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일이다. 더운 여름날 택시기사들이 그늘에서 다 쉬고 있다. 왜 그럴까. 완전 월급제다. "택시를 구경하게 해달라!"는 시민들의 항의에 공산당은 조치 하나를 한다. 그랬더니 그다음 날부터 교외 고속도로에서 빈 택시들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장면이 포착된다. '주행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어처구니없는 결과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두 개. 첫째, 인센티브는 사람을 움직이는 데 대단히 파워풀하다. 둘째, 쓰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 손님이 필요 없으면 큰일 난다.

인센티브는 총합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순서도 중요하다. 먼저 잘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뉴스를 전하는 순서도 '굿 뉴스 먼저, 배드 뉴스 나중'이 맞는 것이다. 배드 뉴스 먼저 들으면 기분이 상해서 굿 뉴스가 굿 뉴스 같지 않게 들린다. 당근을 먼저 주고 필요하다면 채찍을 들어라. 꼭 채찍을 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몽둥이는 차고 다니는 것이지 진짜로 사용하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들 원숭이를 우습게 보지 말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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