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예의지국을 만들자] "명의 빌려주면 월 20만원" 은밀한 제안… 불법 판치는 커뮤니티

<중> 범죄 온상으로 전락한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블로그 등서 허가 안받은 의약품 버젓이 판매
비방 목적 타인 사진 등 정보공개 악성 댓글에 명예훼손 고소도
익명 상대와 대화 랜덤채팅앱은 청소년 불법 성매매 창구 둔갑

Hacker sitting in dark room
정부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의약품을 온라인 상에 판매하는 모습. /사진제공=방송통신심의위원회


"휴대폰 명의 6개월만 빌려주실 분 구합니다."

지난해 한지훈(20·가명) 씨는 중고 거래를 알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명의를 빌려줘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해주면 월 10만~20만원을 주겠다는 글을 읽었다. 커뮤니티를 둘러보니 비슷한 내용의 제안들을 더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용돈이 부족했던 한 씨에게 이용자의 제안은 솔깃했다. 하지만 명의 도용이 불법인 데다가 요금 연체 및 휴대폰 기기 할부금을 부담할 수 있다는 댓글을 보고 고민 끝에 마음을 접었다.

온라인이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부터 불법 의약품 거래, 명의 도용, 명예훼손 등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 중고 물건을 거래하는 카페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와 동영상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법을 위반한 제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휴대폰 명의 도용이 대표적이다. 신용불량이나 파산 등의 이유로 본인이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거나 대포폰으로 이용하기 위해 대신 다른 사람의 명의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에는 차명 휴대폰 판매는 물론 아예 일반인을 대상으로 휴대폰 명의를 빌려주고 돈을 지급하는 제안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포폰(도용한 다른 사람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막폰(한두달 막 쓰고 버리는 폰)을 발급해 주겠다며 연락처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홍보하기도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휴대폰 명의 도용은 대포폰의 유통을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관련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삭제 혹은 접속 차단의 조치를 취한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의약품을 불법으로 버젓이 판매하는 홈페이지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약사법에 따라 약국과 점포 외에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지만 인터넷을 통해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비아그라를 구입하는 이용자에게 흥분제까지 얹어주겠다며 홍보하고 곳도 있다. 트위터, 텀블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이트 주소를 연령에 상관없이 수십만 명 이용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악성 댓글에 대한 피해도 빈번히 발생한다. 온라인 카페에서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카카오톡 아이디와 다른 SNS 아이디, 사진 등을 공개해 모욕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는 사례도 있다. 개그맨 김영철씨는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건전한 인터넷 문화 만들기 콘서트'에 참석해 "악성 댓글을 올릴 때 한 번만 더 상대방을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 선플(착한 댓글 달기) 운동을 하는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명예훼손 제도가 엄격한 편으로 인터넷 상 악성댓글은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며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에게 남을 비방하거나 인신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달아주는 운동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불법 성매매의 창구로 애플리케이션이 악용되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익명의 상대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랜덤채팅' 앱이 최근 청소년의 성매매 통로로 급부상했다. 경찰청과 여성가족부가 지난 2월 말부터 100일 간 집중 단속을 시작한 지 10일 만에 관련 앱에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을 위반한 사례가 총 7건이나 적발됐다.

'즐톡', '앙톡', '영톡' 등 시중에 출시된 랜덤채팅 앱은 100개가 넘는다. 대부분 위치기반서비스(GPS)를 기반으로 접속자와 다른 이용자 간의 거리를 알려줘 지금 당장 만남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앱 자체적으로 성인 인증 절차를 갖추고 있지 않거나 개인 정보를 보관하고 있지 않아 범죄피해가 발생해도 추적이 어렵다. 권현정 탁틴내일청소년성폭력상담소장은 "기존에 청소년 성폭행에서 가해자는 평소 청소년이 알고 지내는 성인이 경우가 많았는데 랜덤채팅 앱으로 전혀 알고 지내지 않았던 성인으로부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들(랜덤채팅 앱에서 조건만남에 나선 성인)에게 청소년들은 '먹잇감'이다"고 말했다.

/김지영·박호현기자 ji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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