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8일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체적 국가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을 최대한 진출시키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며 “현역들 중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능력의 조건으로 세계화에 대한 이해, 과학기술 능력, 문화창달 능력을 꼽았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능력을 검증할 구체적인 기준의 마련에는 선을 그어 불공정 공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한두 가지 기준을 갖고 무조건 (현역의원을) 잘라내고 (정치신인을) 더하고 이렇게 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라며 “앞으로 (공천과 관련해서는) 케이스바이케이스로 하겠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잣대가 없는 이상 세계화에 대한 이해와 과학기술 능력, 문화창달 능력 같은 추상적인 기준으로 컷오프된 의원들은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크다.
이 위원장의 발언으로 공천학살 논란도 재점화됐다. 이 위원장이 모호한 기준으로 현역을 학살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가의 재목은 시대가 필요할 때 달라지는 것”이라 말하며 현역 물갈이 의지를 밝혀 논란을 더욱 키웠다.
비박계 의원들은 곧장 반발했다. 그들은 공관위가 가동된 시점부터 줄곧 ‘공천학살 논란’에 시달려왔다. 한 비박계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당헌·당규에도 없는 이야기”라며 “이 위원장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어이도 없고 할 말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9일 발표될 2차 공천명단에서 비박계 현역의원들이 대거 잘려나간다면 집단 반발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이 위원장은 물러서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택할 태세다. 이 위원장은 공천관련 2차 발표 전에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대표에게 사전 통보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차 공천발표와 관련해서 이 위원장이 최고위원회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며 불쾌감을 보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그걸 왜 사전에 통보하느냐”고 되묻고는 “(사전통보 원칙이) 당헌·당규에 있느냐”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위원장의 자신감은 공관위는 물론 최고위원회까지 친박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발표된 1차 공천 명단에 항의하기 위해서 이 위원장을 최고위원회의에 소환했다. 이 위원장은 최고위원회에 불려는 갔으나 오히려 “(공관위의)독립성이 문제가 된다. 앞으로는 부르지 마라”며 김 대표에 맞섰다. 최고위원들 역시 김 대표의 반발에도 이 위원장의 1차 공천을 그대로 추인해줬다. /전경석기자 kada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