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인간이 오랜 시간 연구해야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는 바둑 같은 영역에서조차 컴퓨터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대국을 통해 알게 됐다”며 “어쩌면 사람보다 기계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앞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산업적 후속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계가 스스로 배우고 한층 고도화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대국에서 다소나마 실증되며 제조업 현장은 물론이고 서비스 영역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AI의 등장이 이어질 수 있다. 한 대형금융사 관계자는 “콜센터 근무인력은 일부 자동응답전화로 대체되기도 했지만 고객에게 감성으로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의 영역이라 자동화 서비스 전환에 한계가 있었다는 게 그간의 인식이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콜센터로 접수됐던 수많은 고객대응 데이터들을 분류해 유형별로 AI에 학습시키면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고객응대 업무를 자동화기기의 영역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의 한 대형은행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은행 점포 내 고객 상담직원의 컴퓨터 화상에 고객과의 대화내용을 자동으로 추천해 띄워주는 프로그램을 적용, 내부적으로 시험 운영하기도 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들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면 할수록 고용불안 논란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관련 산업에서 신성장 기회를 엿보는 기업들은 오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AI를 탑재한 산업기기들이 발전할수록 이를 관리하고 제어하는 전문인력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신직종·신사업의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여 실업대란 같은 기우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 전자업체 관계자도 “그동안 신제품·신기술 혁신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국가의 경제 성장, 고용증대로 이어졌고 대한민국의 지난 반세기가 이를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반론도 적지 않다. AI와 같은 신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사라지는 기존의 일자리와 질적, 양적으로 등가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I가 불러온 논란은 인간의 정체성 혼란이나 생명 윤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기계는 아무리 발전해도 단순히 프로그래밍된 영역에 갇힌 연산기기의 영역에 머물 것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은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한 알파고의 실증사례를 통해 확실히 무너지게 됐다. 이미 해외 일부 연구소에선 사람이 아무런 언어를 가르쳐주지 않고, 아무런 사전지식을 입력하지 않아도 2대의 기계가 ‘백치’상태에서 서로의 몸짓과 시각 센서 등을 통해 상대방과 소통하며 새로운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 수 있음이 실험으로 일부 나마 실증되기도 했다. 언어는 인간과 단순 생명체를 구분하는 주요 기준으로도 꼽힌다. /민병권·조양준기자 newsroo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