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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가 한국의 일본대사관 앞에 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해야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8) 할머니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일본 정부의 진실 인정과 공식 사과,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뉴욕시의회의 로리 콤보 여성인권위원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입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려고 마련된 자리였다.
이 할머니는 "내가 위안부 피해자인데 일본은 거짓말만 하고 있다. 진실은 결코 막을 수 없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일본이 해결하면 전 세계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한국과 일본 정부의 합의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할머니들이 25년간 일본대사관 앞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면서 "그게 무슨 합의냐, 거짓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콤보 의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입장을 같이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콤보 의원은 "오늘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지하는 첫발을 뗐을 뿐"이라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존엄을 회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 정치적으로만 하지 말고 피해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진실성을 갖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할머니는 이어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출입기자단(UNCA)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열다섯 살 때인 지난 1943년 대만의 일본군 부대로 끌려가 겪은 참혹했던 군 위안부 생활에 대해 증언했다.
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도 이날 생존 피해자들에게 "한 마디 묻지도 않고 합의했다고 한다"며 한일 정부 간의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길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직 살아 있는 사람(피해자)이 몇 없지만 (한일 정부 당국이) 한 번쯤은 (피해자들을) 방문해 소견을 들었어야 했다"며 "당신네끼리 앉아 몇 마디 주고받다가 합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길 할머니는 일본 정부에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 데 대해 "밥을 달라거나 돈 욕심이 나 그러는 것이 아니며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 할머니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합의가 "고노담화는 물론 한일협정보다도 후퇴했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며 군 위안부 문제는 "(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가 받아들여야 해결되며 이는 피해자 중심이라는 국제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변재현기자 humblenes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