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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아쿠아리움 나들이 늘어나며 일반인들 해양생물 키우기 관심 커져
대형마트 수족관 매출도 덩달아 늘어… 국내 관상어 시장규모 4,100억 달해
"양식·관련용품 판매·전시서비스 등 고부가 창출… 해양산업 새 먹거리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해양부 손잡고 R&D·박람회 확대 등 시장활성화 나서
지난 5일 토요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 한 가족이 수족관 코너에서 물고기를 고르고 있었다. 한참을 둘러보던 꼬마 아이는 빨간 물고기 '플래티'를 골랐다. 가격은 마리당 2,000원. 이 가족은 이날 가족숫자와 같은 플래티 네 마리와 함께 어항, 여과기, 바닥재 모래, 수초 등이 들어 있는 세트를 샀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얼마 전부터 물고기를 사달라고 졸라대서 나왔다"며 "마트에 물고기 매장이 크게 있으니 편리하다"고 말했다.
관상어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등공신은 아쿠아리움과 대형마트. 잇따라 건설되는 아쿠아리움은 해양(수중)생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쿠아리움은 1985년 63씨월드가 개관한 후 2014년 서울 시내 최대규모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까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바닷속을 통째로 도심으로 들여다 놓은 아쿠아리움은 가족들과 연인들의 나들이 코스이자 학생들의 체험학습에 손색이 없다. 일상생활에 관상어 열풍을 부른 것은 대형마트다. 대형마트 방문자들이 수족관에도 익숙해지면서 관상어의 매출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관상어가 개·고양이와 함께 3대 반려동물로 등극했다고 말한다. 고령화·저출산으로 애완동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장 손쉽게 키울 수 있는' 관상어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국내 관상어 시장규모는 4,100억원대=물고기를 이제 단순히 식용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졌다. 기르고 보는 물고기, 즉 관상어(觀賞魚)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반려동물의 시장 규모는 1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관상어 시장 규모는 4,100억원(아쿠아리움은 제외)으로 현재 50만여명의 동호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시장 규모는 46조원에 육박하며 매년 7~8%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관상어가 정서적 안정을 주는 취미생활이나 전시·교육 아이템 등과 함께 산업적 가치를 키워가고 있다. 관상어 산업은 생물 자체와 관련 산업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생물산업은 해수어·담수어·수초 등 비어류로 분류된다. 또 관련 산업은 어항과 사료 등 관상어를 키우는 데 요구되는 용품 산업, 대형 수족관 등 서비스 산업, 그리고 양식 등을 연구하는 연구개발(R&D) 분야로 구성된다.
관상어는 품종에 따라 수억원까지 거래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관된 전·후방 산업이 많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뛰어나 해양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종묘·생산·양식 →관련 용품→사육·관리·전시서비스로 연계되는 관상어 산업은 육종, 품종개량, 유전자 조작, 어병관리 등 첨단 생명과학(BT) 기술이 요구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교역이 되고 있는 담수 관상어는 4,000여종으로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며 해수 관상어는 1,500여종에 달하고 연간 2,000만~2,400만마리 정도가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가장 많은 관상어를 수입하는 나라로 연간 약 6조원 가까운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관상어 산업,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대체적으로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관상어 소비가 많다. 영국·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가 미국에 이어 큰 시장에 꼽힌다. 한국은 15~17위 수준의 수입국으로 분류된다. 국내에는 담수 관상어 60여개 업체와 해수관상어 1개 업체가 있어 양식하고 있지만 일부 품종에 한정되고 주요 어종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관련 용품 역시 고가 제품은 유럽이, 중저가 제품은 중국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관상어를 바다에서 잡아 오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관상어는 이미 자연 채집에서 인공 양식으로 생산 방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양식을 통해 신품종·고가어종 개발에 각국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의 역할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이유다.
국내에 관상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경제성장에 따라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상한 취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보고 즐기는 물고기'라는 개념이 생기게 됐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거치면서 관상어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다만 1990년대 말부터는 생활공간이 아파트형으로 변화되면서 관상어 산업이 둔화를 겪는다. 설상가상으로 사육기술 보급 지연, 바이러스 발병, 국제통화기금(IMF) 경기침체까지 각종 악재가 발생하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다시 관상어 시장은 재도약을 시작한다. 체계적인 관상어 양식기술이 개발 보급되고 주5일제로 인해 여가활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관상어가 입점하면서 구매가 용이해졌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전문매장보다는 온라인과 대형마트 위주로 유통 구조가 변하면서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다.
◇산업 육성을 위해 업계 머리 맞대=이러한 가운데 최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과 해양수산부가 '제1회 관상어 산업 육성을 위한 산학연 워크숍'을 공동 주최해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각자도생'하던 기관들이 '같이 함께'를 모토로 머리를 맞댄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번 세미나에는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국립수산과학원·관상어협회·아쿠아리움업계와 주요 인터넷 관상어 동호회 등에서 150여명이 참석해 관상어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산학연 기관 간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한국 관상어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주제가 나왔다. 관상어 산업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족 노동력 중심으로 노후화된 양식시설의 현대화 작업을 진행할 것, 그리고 식용 양식에만 집중돼 있는 R&D의 범위를 확대하고 시장확대를 위한 홍보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요구됐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산업 박람회 확대, 표준사육 매뉴얼 및 교재 제작, 관상어 산업과 아쿠아리움과의 연계방안 모색 등을 통한 국내 시장 활성화 방안과 함께 해외 시장 조사와 정보 지원, 우수품질 인증제도 시행 등 해외시장 진출 방안, 산업시설과 공원시설이 조화롭게 구성된 아쿠아-펫 수출진흥단지 조성계획 등을 밝히기도 했다.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세미나는 수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관상어 산업 육성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롯데월드가 보유한 전문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관상어 산업 발전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사진제공=롯데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