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다빈치 시대를 열자] 인재 양성·아이템 발굴에 돈 풀고 제대로 된 콘텐츠 평가 필요

<2> 콘텐츠 생태계를 꾸려라
문화창조융합벨트 통해 '한국판 잡스' 탄생 기대
"노는 것도 생산" 인식 심어야 콘텐츠 산업 성장
아이디어도 저작권 인정·기업 투자 유도 병행을

[융복합콘텐츠] 아카데미1
지난 2일 문화창조아카데미 1기 입학식 부대행사였던 '문화체육관광부·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의 대화'를 학생들이 주의 깊게 듣고 있다. /사진제공=문체부


4.2% 대 5.6% 대 8.4%.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의 현실은 이들 숫자로 집약된다. 모두 기술보증기금의 지난해 보증사고율과 관련돼 있는데 '4.2%'는 전체 보증사고율이고 '5.6%'는 문화콘텐츠 분야의 보증사고율이다. 특히 '8.4%'는 사업성 평가를 통한 '문화산업 완성보증' 상품의 보증사고율이다. 사고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떼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는 해당 분야에서 기보의 보증서를 받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콘텐츠 기업들이 금융권에서 돈 빌리기가 어렵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기보의 문화콘텐츠 분야 보증잔액은 9,788억원으로 전체(19조8,460억원)의 4.93%에 불과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2014년 기준)이 6.39%임을 감안하면 크게 홀대받고 있다. 콘텐츠 산업에 돈이 돌지 않으면 사람도 모이지 않고 시장도 커지지 않는다. 인재와 돈(투자)이 건전한 콘텐츠 생태계의 핵심인 이유다.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에 기대="2년 이후에 세계가 놀랄 만한 사고를 치겠습니다. 믿어주시고 밀어주세요." 지난 3월2일 문화창조아카데미 1기 입학식 부대행사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의 대회'에서 한 학생(크리에이터)이 한 말이다. 이 아카데미는 2년 과정이다.

정부가 구축 중인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제대로 될 수 있다면 문화예술에 첨단기술을 융복합한 '네오다빈치'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유통·해외진출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문화창조융합센터·문화창조벤처단지·문화창조아카데미·K컬처밸리·K익스피리언스·K팝아레나 등 6개 거점으로 돼 있다. 지난해 2월 융합센터가 서울 상암동에서 시작해 1년째 운영돼왔고 벤처단지는 지난해 12월, 아카데미는 3월2일 각각 문을 열었다.

융합센터는 창업·인큐베이팅을 담당하는 기관이고 벤처단지는 실제 기업들이 입주해 기획·제작·사업화를 시도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벤처단지에는 현재 93개 기업과 다수의 개인이 입주해 있다. 아카데미는 이름 그대로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융합벨트가 기존의 콘텐츠 관련기관과 다른 것은 칸막이를 없애고 융복합한 프로젝트와 인력을 키우자는 취지에서다. '너는 음악, 나는 공연, 당신은 화가니 제 밥그릇이나 지키자'는 칸막이가 아니라 함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인식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지식융합연구소장)은 "문화예술과 인문사회·과학기술이 융합된 인재양성이 목표"라며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기르겠다"고 말했다.

◇제작·유통·소비의 선순환=투자자들이 문화콘텐츠 기업에 주저하는 것은 '성공에 대한 예측의 어려움' 때문이다. 정부가 '모태펀드'라는 정부자금을 종잣돈으로 투입하고서야 민간투자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문화산업 '친화적인' 시스템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 콘텐츠의 사업성이 제대로 평가되고 첨단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정당한 가격으로 팔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합리적인 가치평가 기법 확립이 절실한 이유다. 콘텐츠 가치평가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기보에서 나름의 '문화콘텐츠 평가 모델'을 통해 완성보증을 하고 있지만 8.4%의 보증사고율이 발생한 것은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말해준다. 기보 관계자는 "문화상품의 사업성 평가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지원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하반기부터 가치평가를 시작하는 것의 의미는 크다.

현재 입법절차가 진행 중인 이야기산업진흥법도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데 이는 세계 최초의 시도다. 아이디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 저작권 해석도 바꿀 필요가 있는 셈이다. 또 선순환 시스템을 위해서는 제작과 유통뿐 아니라 소비 측면에서도 인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문화복지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점점 더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콘텐츠를 원하고 있다. '노는 것도 생산'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문화콘텐츠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새로운 투자 물결이 일어나야=1970년대 중화학공업 투자, 2000년대 정보기술(IT) 투자에 이은 대규모 문화산업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올해 문화재정은 전체 재정 대비 1.72%다. 지난해에 비해 0.09%포인트 늘어났지만 정부가 오는 2018년까지 약속한 '문화재정 2%' 달성을 위해서는 증가폭을 늘릴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 한류의 이익이 우리 제조업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 것을 사례로 기업들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을 적극 어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화재정 2% 달성은 국가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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