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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는 지난해 우울한 연말을 보냈다. '차이나 머니'의 무차별 공습에 K리그 준척급 스타들이 잇따라 중국 슈퍼리그(1부리그)로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김승대(전 포항)와 제주에서 활약하던 윤빛가람이 나란히 옌볜FC로 이적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전북 수비수 김기희가 상하이 선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다들 거부하기 힘든 파격적인 대우에 중국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축구는 대표팀 수준만 보면 아직 한국에 뒤지지만 리그의 성장 속도는 폭발적이다. 이미 광저우 헝다가 2013년과 지난해 K리그 팀들을 누르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다. 빅리그 출신 스타들이 즐비한 슈퍼리그는 평균 관중 2만2,000여명(지난해 기준)을 자랑한다. 이에 비해 K리그 클래식의 지난해 평균관중은 7,700여명. 유료관중 수가 늘어난 게 그나마 희망적이지만 중국으로의 스타 유출이라는 변수에 부닥쳤다. 여기에 모기업의 긴축재정 탓에 선수영입 등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한 구단이 많다.
위기의 K리그 클래식이 12일 8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오후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 전북과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팀 FC서울의 경기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시즌 공식 개막전이다. 같은 시각 성남은 탄천종합운동장으로 수원 삼성을 불러들이며 오후4시 포항 스틸야드에서는 포항과 광주가 맞붙는다. 올해도 전체 12개팀이 팀당 33경기를 치른 뒤 상위 6팀, 하위 6팀이 각각 그들끼리 5경기씩을 더 치르는 스플릿 시스템으로 치러진다. 최하위 팀은 2부리그로 바로 강등되며 11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잔류 여부가 결정된다.
K리그 대표 스타들의 명불허전 활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즌이다. 전북의 이동국(37)·김신욱(28)·이재성(24)과 수원의 염기훈(33)·권창훈(22), 성남 황의조(24) 등의 발끝에 K리그 흥행이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이동국은 프로축구 최초의 70골-70도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역대 최다골 1위(180골)인 그는 66도움을 기록 중이다. 울산에서 이적한 지난해 득점왕(18골) 김신욱과의 호흡도 흥행카드다.
도움 역대 1위는 염기훈이다. 이동국보다 7개 많은 73어시스트를 올렸다. 지난해 자신의 기록인 17도움(1위)을 넘어설지 관심이다. 검증된 영건 3인방 이재성·권창훈·황의조의 자존심 싸움 또한 흥미롭다. 여기에 FC서울 특급용병 듀오 데얀(35·몬테네그로)과 아드리아노(29·브라질)의 골 폭죽도 기다리고 있다. 2012~2014년 3년 연속 득점왕 데얀은 2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고 지난해 15골을 넣은 아드리아노는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서 7골을 터뜨리며 예열을 마쳤다.
각 구단은 이런저런 사연 속에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스토리가 있는 K리그'를 만들어가고 있다. '깃발 더비'가 대표적이다. 성남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수원FC 구단주 염태영 수원시장은 최근 트위터로 내기를 했다. 두 시장은 개막 첫 맞대결에서 이긴 팀의 구단 깃발을 진 팀 시청에 걸기로 약속했다. 두 팀은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만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