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보다 中 따라가는 환율 위안화 절상 고시에 '미끄럼'

원·달러 환율 10.4원 급락


사상 최초 제로금리 도입이라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바주카포'에도 끄덕 않던 원·달러 환율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 고시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프록시(proxy·대리) 통화'라는 별명이 따라붙을 만큼 원화는 최근 유로화 등 주요통화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대신 위안화와의 상관관계는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210원까지 올랐다. ECB의 과감한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추가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으로 유로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위험선호 현상이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오전까지만 해도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흐름 바꾼 것은 중국 위안화의 절상 고시였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가 위안·달러 기준 환율을 지난해 11월2일 이후 4개월여 만에 최대폭(0.34%) 절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장 막바지까지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월5일(1,188원) 이후 두 달여 만에 다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어제 ECB의 양적완화 이후 달러화가 생각보다 강세를 보이지 않았다. 서울 외환시장 개장 당시 원·달러 환율이 많이 안 오른 것도 이 때문"이라며 "달러화 대비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시장에서 위험선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500억원가량 순매수한 것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데 한몫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중국 위안화에 따라 원화가치도 따라 움직이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중국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시장 동향에도 점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화랑 같이 움직이던 위안화가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위안화 거래도 예전보다 많이 자유로워졌다"며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위안화는 강해지고 원화도 강해지는 건데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는 등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사라진 만큼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라는 원화 절상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가 사라지고 국제유가도 급등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불거지면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금은 하락 압력이 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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