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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 또는 국민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유치하기 위한 금융권의 '전(錢)의 전쟁'이 막이 오른다. 은행과 증권사가 각자 고유의 영역에서 제한적 경쟁을 벌이다가 앞으로는 30조~40조원에 이르는 ISA 시장을 두고 무한경쟁을 펼치면서 금융권의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금리와 저성장 시대를 맞아 최대 930조원에 이르는 단기 부동자금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본시장으로 얼마나 흘러들어 갈지도 주목된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3개 증권사·은행은 14일부터 ISA 상품을 일제히 출시한다. 지난해 8월 세법 개정을 통해 ISA 도입이 예고된 후 7개월 만이다. 은행권은 고객이 투자상품을 알아서 고르는 '신탁형'만 이번에 내놓고 다음달 중 포트폴리오 구성권을 위임하는 일임형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ISA는 예적금, 주식·채권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금융상품을 연간 2,000만원까지 골라 담을 수 있는 통합 계좌로 연간 200만~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유진투자증권은 국내 ISA 시장 규모가 초기에는 10조원을 약간 넘겠지만 5년 뒤 최소 31조원 규모로 급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3~5년인 의무가입기간과 가입자 제약 등이 풀리면 시장 규모가 47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출격을 마친 금융권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시장 선점을 의식한 증권사들은 공식 출시에 앞서 수수료 인하 경쟁을 펼치더니 상품구성 공개를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12일부터 증권사 홈페이지에 일임형 ISA 모델 포트폴리오(MP)를 공개하도록 했지만 구체적인 개별 상품 구성 현황을 '영업비밀'에 부치고 있다. 일임형 ISA 판매가 늦게 이뤄지는 은행권은 방대한 지점망을 무기로 자산운용 능력을 앞세운 증권사에 대항할 태세다.
업역 칸막이를 벗어난 금융권의 경쟁은 오는 5~6월께부터 시작될 계좌 이동과 수익률 비교 공시로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장기 저금리 기조로 '돈 굴리기' 어려운 소비자로서는 금융 선택권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일임형 ISA를 중심으로 은행과 증권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비스 개선 효과, 결과적으로는 수익률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초기의 불완전 판매, 변칙적 영업을 적절히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