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숲의 내부', 캔버스에 아크릴, 158.8×407㎝, 2015~2016년작 /사진제공=두산갤러리 | |
고요한 듯하지만 숲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림 왼쪽 아래에서 푸드득 날아오른 까치들은 무리 중 한 마리가 부엉이에 짓밟힌 것에 대해 거칠게 항의하는 중이다. 하얀 꽃 무더기 옆에는 사슴떼가 노닐고 있다. 그러나 밧줄에 목이 묶여 어미 사슴 곁에서 새끼는 어찌할 바 몰라 발만 구른다. 덩치 큰 매는 어린 참새 한 마리를 날카로운 부리로 쪼고 있다. 두려움으로 날아가 버린 참새의 나머지 식구들도 또 다른 매에 쫓기고 있다. 사냥개 세 마리와 물어뜯으며 싸우는 멧돼지는 처절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결국 사람, 이들 사냥개를 풀어놓은 사냥꾼이다. 그림 앞쪽 커다란 나무를 베어낸 벌목꾼은 숲의 파괴자다. 숲은 더 이상 평화롭지 않다. 돈인지 시체가 든 가방인지 뭔가를 파묻고 있는 두 명의 사나이가 보이고 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숲 깊은 곳에는 나무에 목을 맨 어떤 이의 두 다리가 드리워 있다. 숲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지만 이는 현실을 비유한 우리 삶의 축소판이다.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가했던 화가 문성식의 개인전 '얄궂은 세계'가 서울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내 두산갤러리에서 4월2일까지 열린다. 볼수록 볼거리가 많은 풍경화와 인물화 신작 등 다양한 작품이 선보였다. (02)708-5050 /조상인기자 ccs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