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김의 컬처!걸쳐]노래를 사랑한 두여자 이야기

연극 '마스터 클래스'와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각각 마리아 칼라스, 플로렌스 젠킨스라는 실존 인물서 모티브
'기막힌 가창력' 마리아 칼라스, '귀 막히게 만드는' 마가렛트
실력차 컸지만, 열정만은 같아

한쪽은 ‘기막힌’ 실력으로, 또 다른 쪽은 ‘귀 막히는’ 노래로 주목받았다. 실력 차는 컸지만, 예술을 향한 열정만큼은 둘 모두 뜨거웠다. 그 이면의 외로움마저 닮은 두 소프라노의 이야기, 연극 ‘마스터 클래스’와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이하 마가렛트)’이다.

예술의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소프라노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마스터 클래스’(왼쪽·3월 20일까지 LG아트센터)와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3월 17일 개봉)/사진=샘컴퍼니, 그린나래미디어
■어떤 작품?

(송) 연극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삶을 그려. 은퇴 후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성악가를 상대로 강의하던 때를 배경으로 수업 중 예술에 대한 열정과 가슴 아픈 과거를 털어놓는 식이지. 배우 윤석화의 연극 인생 40주년 기념작이야.

(김) 영화는 반대로 대단한 음치인데 자신이 음치인지도 모르는 귀족 소프라노가 정식 콘서트를 준비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고 있어. 1920년대 파리가 배경이고 상영 내내 아름다운 아리아가 흐르는 완벽한 음악 영화야.

■실존 인물의 이야기

(송) 마리아 칼라스(1923~1977)는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한 그리스계 소프라노야. 데뷔 초 고도 비만·근시의 볼품 없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성량과 뛰어난 곡 해석으로 이름을 알렸지.

(김) 영화는 1920년대 미국 사교계에서 활동하며 ‘사상 최악의 소프라노’라는 악명을 얻었던 플로렌스 젠킨스(1868~1944)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어. 말년의 젠킨스는 무려 카네기홀 공연을 강행하는데 유명세(?) 덕에 전석 매진의 기염을 토했다지.

연극 ‘마스터 클래스’의 모티브가 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왼쪽)과 영화 ‘마가렛트’의 실존 모델인 플로렌스 젠킨스/사진=위키피디아
■작품 속 음악

(김) 오프닝을 장식하는 ‘오너라, 예술의 아들들이여(킹아서 中)’부터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카르멘의 ‘하바네라’ 등의 아리아가 때론 누군가의 목소리로, 때론 배경 음악으로 영화 전반을 물들이지. 물론 음치인 마가렛트가 직접 부르며 관객에 충격과 공포를 주기도.


(송) 연극에는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베르디의 맥베스, 푸치니의 토스카 등 3개 오페라 아리아가 나와. 그런데 마리아 칼라스는 노래를 부르지 않아. 강의할 즈음 그녀는 무대에 서지 못할 만큼 목소리가 나빠진 상태였거든. 마리아 칼라스 역의 윤석화는 대신 반주 속에 가사를 음미하며 곡을 해석하거나 실제 마리아 칼라스 노래를 립싱크하며 과거의 순간으로 빠져들지.

■외로웠던 여인들

(김) 마가렛트가 음악에 빠져든 건 외로워서였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도 남편에게 자랑스러워지고 싶어서야. 하지만 남편은 그녀를 부끄러워하지. 그녀의 지고한 사랑과 순수함은 보답 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보면 그녀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오페라 같아.

(송) 마리아 칼라스도 그리스 부호 메네기니, 선박왕 오나시스와 결혼했지만 두 번 다 행복하지 못했어. 모든 것을 버리고 택한 오나시스는 결국 재클린 케네디를 선택하며 그녀를 절망으로 내몰았지. 극 중 윤석화는 오나시스와 마리아 칼라스를 번갈아 연기하며 ‘버리려는 남자’와 ‘갈구하는 여자’를 표현하는데, 순간적인 몰입이 일품이야.

■인상적인 장면·대사

(송) “오 다토 뚜또 아 떼(Ho dato tutto a te).” 마리아 칼라스의 대사야. “나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쳤다”는 뜻인데. 예술가로서, 여자로서 그녀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 같아. 주연배우 윤석화의 연극 인생 40주년을 정리하는 말 같기도 하고.

(김) 마가렛트가 노래하고 그걸 듣는 관객들의 반응을 비추는 장면은 모두가 매력적이지. 끝내 정식 콘서트에 오른 그녀가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을 부르는 장면은 정말로 잠깐 감격스러웠어.

■한줄평

(송) 마리아 칼라스와 윤석화, 두 예술가의 열정이 가득한 무대.

(김) 귀(?)를 뗄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소프라노, 사랑스럽고 애달픈 그녀의 인생.

/송주희·김경미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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