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 권위자 장병탁 서울대 교수, 감성·사회성 갖춘 AI 개발… 중요한 화두 떠오를 것

장병탁 교수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 9단과 다섯 차례에 걸쳐 기상천외한 반상대결을 펼쳤지만 아직 사람에 크게 못 미치는 점이 있다. 대국 상대방 등과의 정서적 교감이다. 정보 판단력에서는 점점 사람을 닮아가는 AI이지만 아직 감정을 이해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셈이다. 학계에서는 사람과 즐겁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감성을 갖춘 AI 개발이 큰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명 '상상력 기계'로 불리는 뽀로로봇을 개발한 국내 인공지능 연구의 권위자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잘 쓰이기 위해서는 감성과 사회성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감성·사회성 영역의 연구거리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서 학·석사 졸업 후 독일 본대학에서 인공지능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정통 인공지능 연구자다. 그조차도 이번 대국 결과는 놀라웠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인공지능이 딥러닝(알파고의 자기학습 방식)을 통해 스스로 발전시켜 인간만의 강점으로 꼽혀온 장기전략 수립 분야에서 사람을 흉내 내는 수준에까지 온 것 같다"며 알파고의 다섯 차례 대국 과정을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판을 읽고 착점을 한 것은 사람이 대신했기 때문에 알파고는 형식화된 문제 안에서 최적의 계산을 한 것뿐"이라며 "그것이 바둑에서는 장점을 발휘했지만 동시에 알파고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직관뿐만 아니라 상상력·사회성 등 감성 영역을 넘보고 있다. 그가 개발한 상상력 기계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산물이다. 인공 신경망을 통해 인기 애니메이션인 뽀로로 전편을 AI에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AI가 후속편을 스스로 창조하는 방식이다. 그는 "엄마가 아이들 잘 때 잠자리에 누워서 동화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동화의 나라를 상상하지 않느냐"며 "특정 단어를 입력해도 그것을 가지고 문맥에 따라 다른 심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훈련했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 등 데이터베이스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키면 사회성을 가진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간 간 대화에 대한 빅데이터를 축적한 뒤 이를 해당 대화의 주체를 사람과 기계로 형식만 바꾸면 특정 상황에서 공감·연민 등을 갖는 대화를 기계도 학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최근에 워킹맘을 대신해 초등학생 아이를 돌보는 '육아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장 교수는 개발 중인 육아 로봇이 아이에게 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준비물을 챙기는 것만 지시하는 게 아니라 더 사회성을 갖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가정환경에서의 대화를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한 인터넷 사이트도 개설할 계획이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더라도 사용자가 감성을 느끼면 자꾸 쓴다"며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도 감성·사회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이 노인을 케어하거나 아이를 돌볼 때도 감성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쪽 분야에서의 연구 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아직도 국내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이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 대국에서 봤듯이 인공지능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데 대기업에서는 아직 인공지능은 너무 멀었다고만 생각한다"며 "인공지능이 부가가치가 높다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co.kr

자신이 개발한 감성형 로봇들을 소개 중인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