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받는 불법선거 옛말… SNS 흑색선전·비방 판친다

총선 한달전 기준 선거사범, 금품 관련자 비중 줄었지만 비방 등은 두배 이상 급증
檢, SNS 단속 쉽잖아 고민


# A 지역 예비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자신이 경쟁상대인 현역 국회의원보다 상당한 우위에 있다는 내용의 '총선특집 여론조사' 글을 카카오톡에 올렸고 B 지역 예비후보는 상대 예비후보의 범죄 경력이 기재된 문서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뜨렸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결과 왜곡과 허위 범죄 경력 내용 유포 혐의를 이유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총선 한 달 전 기준으로 SNS나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한 흑색·비방 사범이 세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지난 총선 때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이 줄었음에도 유례없는 과열·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전체 선거 사범 수도 지난 총선보다 44% 가까이 늘었다.


15일 대검찰청으로부터 입수한 '20대 총선 D-30(3월14일 0시 기준)일 선거 사범 현황'에 따르면 이날까지 적발된 선거 사범은 597명이다. 이는 지난 19대 총선 D-30일(2011년 3월10일 0시 기준)의 415건보다 무려 182건(43.9%) 많은 수치다.

특히 금품을 주고받는 불법 선거운동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인터넷을 통한 흑색·비방이 크게 늘어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와 검경의 단속 강화 및 상대 후보에 대한 감시가 활발해지면서 금품을 통한 유권자 매수가 과거보다 쉽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 SNS를 통한 '묻지 마'식 비방의 경우 사실 여부를 떠나 상대 후보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 19대 총선 전체 선거 사범 중 흑색·비방 사범은 17.1%(71명)에서 20대에서는 38.2%(228명)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금품 관련 불법 행위자는 같은 기간 44.8%(186명)에서 21.8%(130명)로 대폭 줄었다. 여론조작도 증가했는데 19대 때 3.1%(13명)였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8.2%(49명)를 기록했다.

선관위와 검경 모두 불법 선거운동 행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지난 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19대 총선과 비교해 선거법 위반 입건 인원이 40% 이상 늘어나는 등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불법·부정선거를 저지른 사람이 당선되지 않도록 선거 범죄를 적극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그럼에도 사실관계 여부에 기초한 무고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해 단속하기에는 인력과 시간 등의 여러 면에서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분석이다. SNS 퍼나르기가 순식간에 이뤄지는데다 단속과 고발이 이뤄진다 해도 이미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후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총선 후 선거법 위반으로 배지를 내놓은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나오는 전례가 이번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17~19대 총선 당선자 가운데 기소된 사람은 모두 115명으로 그중 선거 범죄로 의원직을 상실한 사람은 17대 11명, 18대 15명, 19대 10명이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18대 15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경·박우인기자 kw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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