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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ICT융합… AI 잭팟, 공유·협업이 답이다
국내선 단기투자 아이템만 찾아
대기업도 벤처도 AI 외면하고 특허·핵심 소스 공유도 미흡
대·중기 공생 방안 구축 시급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적 기성 이세돌 9단과의 반상대결 피날레인 5차 대국에서 초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세돌은 아쉽게 막판에 패배했지만 1,200여대의 슈퍼컴퓨터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며 인간 역시 계속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울러 알파고는 이번 대국에서 4승1패를 기록하며 AI 산업의 무한한 발전 잠재력을 보여줬다. 이 기회에 알파고의 경제학(알파고노믹스)에서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 산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구글이 영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딥마인드테크놀로지(현 딥마인드)'를 4억달러나 주고 인수하자 당시 미국의 한 정보기술(IT) 매체는 "'스페이스인베이더(비행기 슈팅 게임)' 같은 게임 점수를 높이는 데는 탁월할 것"이라고 구글의 인수 결정을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인 구글의 클라우드컴퓨터와 만난 AI 기술은 '10의 170제곱'이라는 경우의 수까지 따질 줄 아는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로 거듭났고 2년 뒤인 올 3월 이세돌 9단을 꺾으며 한마디로 세상을 뒤집어놓았다. 구글은 알파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설계도인 '소스코드'를 다른 개발자를 대상으로 개방해 '알파고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바로 이 '개방형 산업생태계'의 힘이 알파고노믹스의 핵심이다. 구글을 포함해 페이스북이나 IBM·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AI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아직 AI로 큰돈을 벌어들이는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중소·벤처기업까지 자신의 생태계로 끌어들이며 'AI 잭팟'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AI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은 더 중요하다"며 "개방형 커뮤니티에서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등의 파트너를 많이 끌어들여야 AI뿐 아니라 관계 산업의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AI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은 더 중요하다"며 "개방형 커뮤니티에서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등의 파트너를 많이 끌어들여야 AI뿐 아니라 관계 산업의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보기술(IT) 분야의 세계적 대기업들은 이미 각 해당 기업의 인공지능(AI) 소스코드(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설계도)를 개방하고 공유와 협업을 통한 생태계 확장에 나선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11월 이 회사가 개발한 머신러닝(기계학습) 소프트웨어 도구인 'DMTK(Distributed Machine Learning Toolkit)'를 자사 소속 이외의 개발자들에게도 개방하는 오픈소스 전략을 발표했다. 기계학습은 입력된 데이터를 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해 결과를 도출해내는 AI의 종류 중 하나로 DMTK는 개발자들이 쉽게 머신러닝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DMTK를 활용해 개발자들이 새로운 AI 소프트웨어를 마음껏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페이스북이 AI 서버인 '빅 서(Big sur)' 소스코드를 공개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오픈 AI'라는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10억달러(약 1조1,800억 원)를 들여 '개방형 AI 연구' 지원에 나섰다. AI 슈퍼컴퓨터 '왓슨'으로 유명한 IBM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생태계 형성에 성공했다. 왓슨의 파트너사는 현재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400개 이상이다.
반면 아직 국내에서는 AI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가 미진하다. IT 업계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투자자본 규모도 작고 대기업들은 당장 사업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주로 찾는다"며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도 AI처럼 개발기간이 길고 상업화가 지난 한 분야보다는 당장 응용이 쉽고 비용이 별로 들지 않는 게임·유통서비스 앱과 같은 상대적으로 검증되고 손쉬운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IT 대표주자 격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AI 플랫폼인 '베레스(Veles)'를 공개해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이미 음성인식 AI 서비스 'S보이스' 등 AI 원천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베레스를 통해 생태계 확장에 나서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 내부의 베레스 연구소 차원에서 AI 기술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수준이다.폐 질환 진단 AI 서비스를 개발 중인 뷰노의 이예하 대표는 "스타트업이 보유한 소스코드를 공개하려 해도 인력과 돈이 든다. 협력사를 찾고 싶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럴 때 대기업의 오픈소스 정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방형 생태계 조성은 비단 AI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글로벌 제조 및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확산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IoT는 센서가 인식한 정보를 통신망을 통해 전달·수집하고 이를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이용자에 전달하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이 틈새 기술을 개발할 스타트업·벤처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기업과 스타트업·벤처의 공생이 화두로 떠오르며 점차 특허공유 같은 협력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앞으로 AI·융합산업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말까지 국내 대기업이 특허를 개방한 건수는 총 11만건이며 이 중 무상으로 개방한 것도 3만5,000건에 달했다.
/조양준·권용민기자 mryesand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