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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15~29세)이 12.5%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내면서 우리 청년 고용시장도 지난 1990년대 일본의 구조적 침체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1년 부동산 버블 붕괴와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기업의 재무 상황이 극도로 악화했다. 리처드 쿠 노무라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빚을 내 부동산을 매입했던 일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부채 부담이 커지게 됐다"며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로 구조조정 길이 막히자 신규 채용을 줄이고 투자를 축소하는 식으로 대응했다(저서 '밸런스시트 불황으로 본 세계 경제')"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은행권이 보유한 기업 부실채권 규모는 1996년 약 28조엔에서 2002년 42조엔까지 급증했다. 기업 매출 증가율도 1992년 처음으로 뒷걸음질친 후 2003년까지 12년 중 7개년 동안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이 여파로 1990년 4.3%였던 청년실업률(15~24세)은 1995년 6.1%로 오르더니 2000년 9.2%로 치솟았다.
1990년에는 구인 규모가 구직자 규모를 웃돌아 공공직업소개소를 통한 구인 대 구직 비율은 1.4였지만 2000년대 0.6으로 하락하며 실업난이 발생했다. 이는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리는 '프리터족'을 만들고 '꿈이 없는 젊은이들'을 양산하는 등 각종 사회문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구조적 고용불임 현상의 조짐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본처럼 극단적인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기업들의 매출액 감소 현상도 포착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4.6%(LG연 추정)에서 2010~2014년 3.6%, 2015~2019년 2.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조차 "2000년대 4%대였던 잠재성장률이 불과 10년 만에 2%대로 주저앉았다"며 "20년 공무원 생활 중 잠재성장률이 이렇게 빨리 떨어지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이어지며 '경기 둔화→기업 매출 저하→고용 축소'의 고리도 형성되는 모습이다. 2014년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국내 기업 매출액도 2006년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감소(1.2%)했다.
여기에 정년연장(60세) 의무화, 경기 불확실성 등도 악재다. 류상윤 LG연 책임연구원은 "1990년대 고공행진하던 일본 청년실업률은 2000년대 세계 교역량이 늘어나 수출도 증가하며 다소 둔화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세계 교역의 구조적 부진 등으로 고용을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아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2월 청년실업률(12.5%)은 이미 미국(10.8%·2월), 일본(5%·1월), 독일(7.1%·1월)보다 월등히 높은 실정이다.
비단 청년고용뿐 아니라 2월 고용시장도 전반적으로 크게 악화됐다. 실업자는 131만7,000명으로 1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136만4,000명) 이후 최대 수준이다. 기재부는 "인구가 늘어나면 실업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마련"이라고 해명했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1년 전에 비해 9.5%나 불어나 15세 인구 증감률(1%)보다 월등히 높았다.
취업자 증가폭 역시 저조했다. 2월 늘어난 취업자(전년 대비)는 22만3,000명으로 1월의 33만9,000명에서 3개월 만에 2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고용의 질도 좋지 않았다. 대부분의 취업자가 50대 이상에 몰렸다. 5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은 23만5,000명(50대 7만7,000명, 60대 이상 15만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증가폭(22만3,000명)보다 컸다. 30대 취업자 증가폭은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4만4,000명 줄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