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밀려오는 '제4물결'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나

우리 기업 중 상당수가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을 바라보고만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경제신문이 45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체계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한 곳은 28.9%에 불과했다. 반면 17.8%는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었다. 구글·IBM 같은 글로벌 기업이 인공지능(AI)과 무인차·로봇 같은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진행속도도 경쟁국과 비교할 때 10곳 중 7곳(68.9%)이 느리다고 평가했다. 경쟁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못 뗀 모양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등 요소투입형 모델의 한계가 분명해졌음에도 변화를 꾀하지 못한 게 족쇄가 됐다. 미국과 일본이 AI와 로봇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우리는 생산설비와 노동력 확대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호불황을 막론하고 연구개발(R&D)과 생산성 확대, 혁신능력 제고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그 결과 2011년 16.4%에 달했던 국내 산업계의 R&D 비용 증가율은 2014년 7%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AI와 스마트카·바이오헬스케어·사물인터넷(IoT) 등 미래산업 경쟁력에서 미국의 60~70% 수준에 머무는 게 당연한 이유다. 이마저도 해당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중국에 추월당할 위기다.

이 상태라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정치·사회 변화는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돌려놓으려면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 과거에 유용했던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할 때다. 요소투입 모델의 한계를 인정하고 아이디어와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 시스템 개혁을 통한 새로운 인재 육성과 기초과학 발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혁신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제4의 물결은 우리에게 쓰나미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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