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日, 한국산 제트훈련기 도입할까

"항공자위대 차세대 훈련기로
한국산 T-50에 관심" 보도
성사 가능성 없지는 않아

t-50
한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이다. 일본이 28년 된 가와사키 T-4 훈련기의 후속 기체로 T-50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소식으로 성사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이 과연 한국산 제트 훈련기 T-50을 도입하는 날이 올까. 최근 야후 재팬 헤드라인에 오른 기사 하나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기사의 핵심은 두 가지. 일본 항공자위대가 차세대 훈련기로 한국산 T-50에 관심이 있으며 한일 양국의 차세대 전투기 등의 공동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중견 군사평론가 세키 겐타로(關鉉 太郞)가 '세계의 하늘을 노리는 골든 이글, 미 공군·항공자위대 도입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온라인 기사에 대한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표적기라면 몰라도 훈련기라면 가능성 제로'는 그나마 점잖은 편. '적국에서 왜 사나' '추락 연습할 일 있나'라는 혐한 감정이 섞인 반응이 대다수다.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반응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그렇다면 성사 가능성과 진도는 어느 정도일까. 진척도는 '제로(0)'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비슷한 얘기는 들었으나 공식 경로로는 전혀 진행된 적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가능성은 희미하게 남아 있다. 우선 일본 항자대가 운용하는 가와사키 T-4 훈련기의 수명 주기가 다가온다. 지난 1985년 초도 비행, 1988년부터 실전 배치된 T-4를 수명 연장하거나 개량해 쓰자는 의견도 있으나 교체 수요가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일본의 항공 기술자들과 교류가 잦은 한 전문가는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는 일본은 개발 비용과 판로 때문에 국제 공동 개발에 관심이 많다"며 "우선 낮은 단계의 기술 교류 협력 차원에서 T-50을 소량 구매하든 리스(대여) 형식으로 들여오든 도입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의 T-50 도입 가능성에는 전제가 따른다. 미국 공군이 오는 2017년 결정할 차세대 훈련기(T-X)로 T-50이 선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 경우 T-50의 원설계사인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기체를 도입할 수도 있고 한미일 3국 간 훈련기 공통화라는 명분도 챙길 수 있다.

정치적으로 미국의 입장에서도 일본의 한국산 제트 훈련기 도입은 나쁠 것이 없다. 미국과 일본을 축으로 하는 동북아 안보 지형에 어떻게든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미국은 훈련기 수출로 한일 관계가 풀려나갈 경우 한미일 삼각 동맹 구축이라는 큰 틀의 정책 목표를 보다 쉽게 추진할 수 있다. 한국도 사업의 효율성만 놓고 볼 때 한일 전투기 교류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구도다. 협력의 폭과 깊이에 따라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개발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변수는 따로 있다. '위안부 협상 타결'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 분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일본과의 군사 협력 강화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한일 간 기술 협력이 고도화할 경우 미국이 방관할 것이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술 교류뿐 아니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안보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논란거리가 등장한 셈이다./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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