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VC들이 국내외에서 투자처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는 있지만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VC들은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중국계 자본에도 밀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자금 규모가 작고 벤처 투자의 역사가 짧은데다 최근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계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상장한 기업간거래(B2B) 전자상거래 업체는 중국계 VC를 통해 중국 기업에 인수합병(M&A)됐다. 상장사인 반도체 업체 하나는 중국계 자본의 투자를 받아 1대 주주가 중국 기업으로 바뀌면서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현지에 사업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에 기업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업체 입장에서 큰 규모의 중국 자본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05년 12억달러(1조4,300억원)였던 중국 VC의 투자 규모는 지난해 169억달러(20조1,700억원)로 10년 새 14배 이상 증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5월 내건 ‘중국 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 기조에 따라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과 반도체, 바이오 부문에서 기술력 있는 국내 기업이나 스타트업 인수를 물색하고 있는 중국계 VC들이 정보를 공유하자며 계속해서 이메일을 보내온다”며 “문화나 콘텐츠 기업에 주로 투자하던 과거와는 달리 투자 부문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VC들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창업투자사 임원은 “국내 벤처 자금 가운데서는 연기금과 같은 정책 자금 비중이 크다 보니 국내 기업 투자를 요구하는 곳이 많아 해외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제한돼 있다”며 “또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로 위험도가 높은 곳에는 투자하기 어려워 수익률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의 큰 손인 주요 유한책임투자자(LP)들은 국민연금과 행정공제회, 한국벤처투자 등 연기금이나 정부 소유 기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의 자금은 국민이 낸 세금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해외 유동성 공급자(LP)들이 민간 자금인 것과 대비된다.
올해 모태펀드를 통해 5,830억원을 출자할 계획인 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투자는 벤처 펀드 참여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벤처투자 시장에 민간 출자자들의 신규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백주연기자 nice89@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