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주에 꽂힌 외국인

'환율 수혜' 현대차·삼성전자 등 집중 매수
기관 14일 연속 '팔자' 행진 속 금융·정유 등 저평가주 사들여


외국인이 코스피지수를 1,900대 초반에서 가파르게 끌어올리면서 주목한 종목들은 대외 변수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약세화로 엔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엔화 가치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지우지되는 자동차 관련주, 글로벌 구조조정 영향으로 판매가격이 오르고 있는 철강 관련주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900대 초반에서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달 29일부터 14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포스코(2,524억원)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현대차(1,976억원), 삼성전자(1,925억원), 현대중공업(1,481억원), SK하이닉스(1,401억원), 현대모비스(1,188억원) 순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과 팽팽한 수급 싸움을 벌이고 있는 기관투자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같은 기간 국내 기관은 삼성생명(1,812억원), 하나금융지주(699억원), KB금융(675억원) 등 금융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S-OIL(480억원), SK이노베이션(462억원) 등 정유주를 쓸어담았다. 국내 금융주와 정유주는 대표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업종으로 유동성 장세를 탄 '키 높이 맞추기' 투자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외국인은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을, 기관은 저평가돼 있어 추가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들에 베팅했다"며 "두 주체가 팽팽한 수급 싸움을 벌이면서도 실적과 저평가라는 기본 펀더멘털에 따라 투자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정반대의 매매 패턴을 보였다. 기관이 주식형 펀드의 환매 물량으로 매도세를 이어가는 동안 외국인은 기관의 매물을 받아내며 상승장을 준비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날도 유가증권 시장에서 3,4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며 14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지속했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4월29일~5월21일 15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울 분위기다. 14거래일 동안 기관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모두 2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최근 기관의 순매도 행진은 펀드 자금을 운용하는 투신이 주도하고 있다. 투신은 지난달 29일부터 14거래일 동안 1조5,601억원을 순매도하며 기관의 매도 행렬을 이끌었다. 이는 같은 기간 기관 전체 순매도 금액의 60%가 넘는 규모다.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2,000선에 근접해가자 차익 실현을 위한 펀드 환매 물량이 쏟아져나온 결과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이달 들어 1,950선을 넘어서면서부터 차익 실현을 노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관의 매도 행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승희 대우증권 연구원은 "쏟아지는 펀드 환매 물량으로 투신의 매도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관의 또 다른 수급 주체인 연기금 역시 아직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기관의 매수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연일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관이 최근 14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는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3조3,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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