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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지난 2월 조합원 이주에 들어간 대전시 서구 '복수1 주택재개발구역'. 대기업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소송 하나 없이 사업이 순항하던 이 구역은 최근 이주를 포함한 사업이 올스톱된 상태다. 복수1구역 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이 이주할 수 있도록 '이주비 집단대출'을 처리하던 농협이 대출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비사업 집단대출은 '이주비'와 '사업비' '중도금' 등으로 구분된다. 사업비와 중도금 대출 은행이 지정되지 않자 이주비 담당 은행도 중간에 철수한 것. 은행의 집단대출심사 강화가 사업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의 집단대출 심사 강화의 여파가 부동산시장 곳곳에 미치고 있다. 집단대출을 받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는 재개발·재건축구역이 나오고 서민들을 위해 공급되는 공공분양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금리도 치솟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도 필요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전 서구 복수1구역의 경우 현재 제1금융권으로부터 사업비 대출을 포기하고 제2금융권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시공사가 국내 굴지의 업체지만 제1금융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정비사업보증을 '필수'로 요구하는 등 조건을 깐깐하게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예상보다 1%가량 높아져 결국 이자 부담이 조합원 등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다른 정비구역들도 다르지 않다. 최근 들어 금융기관들이 이주비와 사업비 대출 신청을 아예 반려하거나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정비사업보증'을 '필히' 받아오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에는 정비사업보증 없이도 무리 없이 대출이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까다롭게 심사하는 것처럼 집단대출인 정비사업의 사업비와 이주비에 대해서도 심사를 강화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서민복지를 겨냥한 공공분양 아파트에서도 집단대출 심사에 따른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LH가 지난해 10월 분양한 구리갈매 B3블록 아파트의 경우 최근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가 연 3.3%로 결정된 것. 앞서 LH가 분양한 시흥 은계 S1블록 아파트는 연 2.78% 수준이었다. 대출 규제 심사 강화로 인해 몇 달 새 금리가 0.5%포인트나 올라간 것이다.
오피스텔 사업장에서도 중도금 대출이 좌절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100% 계약이 끝난 한 사업장이 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거절당한 것. 시공사가 대형 건설사가 아닌 경우에는 중도금 대출 주선이 너무 어렵다는 업계의 하소연이 나온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에 적용되는 금융권의 집단대출 금리는 이미 가파르게 오른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집단대출 금리는 지난해 10월 평균 2.77%에서 올해 1월에는 2.98%로 0.2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평균치로 최근에 계약하는 단지들은 제1금융권에서 받아도 3.5% 내외이며 제2금융권으로 밀려날시 4% 이상의 연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아파트 총 분양가에 따라 다르지만 금리가 1% 오르면 가구당 이자 부담이 200만~300만원 내외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전방위적 집단대출 '옥죄기'는 주택 시장뿐 아니라 수요자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집단대출 문제는 금융당국에서 사전 점검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큰 문제로 비화한 것"이라며 "기존에 잘 진행되던 사업이 중간에 멈추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본래의 의도와 맞게 가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금융은 건전성 측면, 주택은 실물시장 정상화를 강조하다 보니 금융과 부동산이 대결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며 "서로 연결된 문제를 같은 틀에서 보면 양보하고 보완할 부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집단대출 규제 여파가 주택경기 위축에 이어 실물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공동협의체 구성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가 주택금융 관련 공동협의체를 구성·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협의체는 국토부 주택정책관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공동으로 주재하고 국토부 주택정책과장과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이 공동 간사를 맡을 예정이다. 이 밖에 주택업계와 은행, 전문가 등이 참여해 다음달을 시작으로 분기별로 1회 이상 개최할 계획이다.
/조권형기자 buzz@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