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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삼성그룹 측은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것"이라고 짧게 이야기했지만 출국 시점 및 출국지가 일본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별도의 수행원 없이 회색 정장 차림에 검정 사각 패턴이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작은 여행용 가방과 사무 가방을 든 모습이었다. 삼성 측은 정확한 행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대한항공 항공기를 타고 하네다공항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오는 22일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리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23일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해 세계 경제 전망·대응 세션에서 패널 토론을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3년 4월 최태원 SK 회장 후임으로 임기 3년의 보아오포럼 이사에 선임됐다.
곧 중국으로 가야 할 이 부회장이 시간을 쪼개 일본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샤프 인수 논의를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일본 전자회사인 샤프는 지난달 말 7,000억엔(약 7조7,379억원)을 제시한 대만 최대기업이자 폭스콘의 모회사인 훙하이그룹을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훙하이그룹은 샤프의 우발채무 3,000억엔을 문제 삼으며 아직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지는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샤프 인수전에 오랜 기간 공을 들였고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일본 현지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샤프 대주주인 일본 대형 금융사 대표와 만나 "샤프를 지원하고 싶은데 일본 정부 등이 오해해 경계하고 있다"며 "(삼성의) 진의를 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삼성전자가 샤프에 "사카이공장의 경영권 취득을 위해 자산실사를 하고 싶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사카이공장을 인수하면 8세대 제품이 최대인 삼성이 10세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2013년 3월 샤프에 104억엔(약 1,200억원)을 출자, 샤프의 지분 3%를 사들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이 부회장이 매각이 지연 중인 샤프 쪽 인사를 만나 새로운 논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샤프는 훙하이그룹에 이미 인수됐다"며 "부회장 관련 일정에 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