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민주, 클린턴 중심으로 뭉쳐야"

후원자 간담서 지지 결집 호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적인 자리에서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를 선언했다.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최근 민주당 경선에서 대세론을 거의 확정 지은 데 이어 가장 든든한 후원군마저 얻게 됐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이 압승한 '미니 슈퍼 화요일'이 열리기 전인 지난 11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비공개 후원자 간담회에서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선거운동이 종착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조만간 민주당이 클린턴 전 장관으로 지지를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선 레이스에서 중립을 지켜온 오바마 대통령이 비공식적이나마 클린턴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그는 솔직하게 샌더스 의원의 경선 중단을 요청하지는 않았다. NYT는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날 발언에 대해 샌더스 의원의 경선 지속은 공화당만 도와줄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샌더스 지지자들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도널드 트럼프를 본선에서 꺾기 위해 경선 판세를 거의 잡은 힐러리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뭉쳐야 한다는 뜻을 완곡하게 전달한 것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도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후보로 지명될 경우 지난 수십년에 걸쳐 선거운동에서 가장 적극적인 현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오바마케어'와 총기규제 강화, 이민개혁, 이란 핵합의 등 각종 '오바마 업적'을 계승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전 의회 연설에서 "유세장에서 천박하고 분열적인 언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이미 '트럼프 때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WP는 "대선 지원의 핵심은 흑인과 히스패닉·젊은층·여성 등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연합군을 재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민 반대, 여성ㆍ소수인종 비하 발언을 일삼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헤지펀드 대부인 조지 소로스 등 클린턴 전 장관 지지자들이 히스패닉과 흑인·여성들을 상대로 지원을 호소하고 조 바이든 부통령도 쇠락한 공업지대인 중부 '러스트벨트(rust belt)'에서 백인·노동자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지원사격에 나설 계획이라고 WP는 설명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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