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각종 사건으로 차가웠던 시선
지난해 ‘윤일병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군 내부의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군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김지영(22·여)씨 “군대에서 총기 사고나 가혹행위로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무서웠다”며 “한 살 터울인 남동생이 작년에 군대에 갔는데 훈련소로 들여보낼 때까지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일반인은 많았다. 2011년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1명을 대상으로 ‘군대에 대한 호감도’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군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답한 사람 중 35.8%가 ‘군대는 시간 낭비’라고 답했을 정도다. ‘나쁜 것만 배운다’라는 의견도 3.5%로 조사됐다.
‘윤일병 사건’으로 인한 일반인의 군대에 대한 불신은 직접적으로 현역 군인들에게 ‘따가운 눈총’으로 돌아갔다. 3개월 전 전역한 대학생 문세찬(25)씨는 “얼마 전까지 군에 있었는데 나라에서 군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휴가나 외박을 나가 일반인들을 만나면 스스로 위축됐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쳤지만 군인에게 돌아온 것은 ‘폭력 군대’, ‘가혹행위 군대’라는 낙인뿐이었다.
▲ 진짜사나이가 시작이면, 태양의 후예는 정점
군 이미지 개선에 일조를 했던 것은 병영 생활을 직접 체험하며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는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단순히 체험하는 군 관련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많았다. 그러나 2013년 첫 방송을 시작해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병영 체험 예능 ‘진짜사나이’는 달랐다. 육군 자체 설문조사 ‘국민생각측정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4%가 ‘진짜 사나이’ 방송 이후 군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했다고 응답했다.
‘태양의 후예’는 인식 개선을 넘어 군 문화에 대한 호감까지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 방영 후 군에 대한 일반인의 호감도는 크게 달라졌다. 특히 극중 송중기로 분한 특전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국군 특수전사령부에서 특전부사관 모집을 담당하는 박호연 대위는 “정확한 데이터는 공개할 수 없지만 특전사를 지원하는 인원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며 “드라마가 방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과 비교해 많은 문의가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 군 전역 후 직업 전선에도 파란불!
2013년 전역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상문(31)씨는 자신이 특전사 출신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특히 특전사 출신이라는 사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우연히 출신을 이야기 했을 때 특전사라는 특수성을 인정받아 신뢰를 보내는 상사들이 많아졌다”고 최근 높아진 관심을 반가워했다. 2012년 특전사 대위로 전역한 김영진(32)씨도 “같이 근무하고 있는 여직원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며 “예전에는 묻지도 않던 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물어오고 있어 신기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2)씨는 올해 신규채용에서 특전사 출신을 3명 정도 선발할 계획이다. 김씨는 “예전에 특전사 출신 한 명을 채용한 적이 있는데, 자신이 못하면 부대(조직)를 욕 먹이는 것이라며 책임감 있게 일을 하더라”고 채용의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예대 신상일 겸임교수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드라마 비평 사이트 ‘드라마뷰’를 통해 ‘태후’의 인기 비결을 ‘사람의 이야기,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묻어나는 이야기’라고 꼽았다. 일반인에게 거부감이 심했던 군 문화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드라마를 통해 ‘멋있고, 자연스러운’ 문화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시청률 20% 이상의 고공행진이 계속될수록 군대는 점점 더 우리 옆으로 다가와 친숙한 존재가 되고 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