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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 쿠바를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대(對) 쿠바 엠바고(Embargo·금수조치)를 조속히 해제하는데 공감대를 모았다. 53년 만에 미국 내 쿠바 자산이 빛을 보고 양국 간 무역과 투자 확대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달변으로 유명한 오바마 대통령이 22일 쿠바 국영TV로 중계될 대중 연설에서 쿠바의 정치와 언론 자유화를 역설할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주정상회의가 열린 파나마시티에서 59년 만의 정상회담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1년 만에 아바나 대통령궁에서 재회했다. 두 정상은 우선 지난 1963년 미국이 자국 내 쿠바 자산을 동결하고 수출과 투자·금융거래 등을 금지한 금수조치의 조속한 해제 계획을 논의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국교정상화 이후 무역과 여행 등에 일부 엠바고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지만 미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전면적 해제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수조치의 조속한 해제를 위해 역사적인 이번 쿠바 방문에 상하원 의원 39명을 대동했으며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참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를 위해 쿠바 정권에 민감한 정치범 문제를 비롯한 인권 이슈들을 정상회담 의제로 올리고 진전을 이뤄나갈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도 이에 오바마 대통령이 자국 내 반정부 인사들과 직접 만날 길을 터주며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22일 아바나 대극장에서 국영TV로 생중계될 연설에서 쿠바에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하며 쿠바인이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할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어 미국 메이저리그팀과 쿠바 대표팀 간 야구 경기도 열린다.
앞서 20일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 등 가족과 아바나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전함을 타고 3일 만에 왔지만 난 3시간밖에 안 걸렸다"며 "쿠바 국민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환영나온 대사관 내 쿠바 직원들의 아이들을 향해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가 내린 아바나 구시가지를 도보로 둘러본 오바마 대통령 일행에 수백명의 아바나 시민들이 '오바마'를 연호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