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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직원에 미국 여행 기회… 셋째 낳으면 2,000만원 지급
행복지수 1위 기업이 목표
내 자신이 산전수전 겪은 기술자 '퍼스트 클래스' 품질로 승부할 것
매년 5억이상 불우이웃 기부도
국내 컴포트 슈즈(편안한 기능성 구두) 1위를 달리고 있는 바이네르에는 회사 명의의 직원용 스포츠카가 있다. 청평과 한강에 있는 모터보트도 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다.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가 직원들을 배려해 만든 제도다. 겨울에는 김 대표와 직원들이 스노우보드와 스키를 즐긴다. 셋째를 낳는 직원에게는 2,000만원을 준다. 직원 3명이 다산(多産)의 혜택을 누렸다. 우수 직원들은 매년 미국 여행을 떠난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바이네르 생산공장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굿모닝'하면서 웃는다. 김 대표와 직원은 외부인이 회사에 찾아오면 아침이 아니더라도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한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하루를 웃으면서 즐겁게 지내자는 의미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 비해서는 연봉이 적을 수 있지만 동종업계에서는 최고의 연봉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행복지수 1위 기업을 선물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제1의 경영철학인 '펀(Fun) 경영'은 사무실과 생산라인 곳곳에 배어 있다.
김 대표의 이력서에는 중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친구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대학교를 갈 때 그는 작은 아버지 밑에서 구두 만드는 일을 배웠다. 무두질하는 그의 거친 손등 위로 서러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사업에도 손을 댔지만 원청업체의 부도와 경험 미숙으로 막다른 골목까지 몰리면서 늦은 밤 한강 마포대교를 찾기도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순간에 마음을 고쳐먹고 재기에 나섰다.
바이네르는 지난해 5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800억원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 2011년 9월 이탈리아 기업 코디바로부터 '바이네르' 상표권을 사들였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상표권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당시 동종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얘기가 회자됐다. 맨손으로 시작해 '바이네르 신화'를 일궈낸 김 대표는 산전수전을 겪은 구두 장인(匠人)답게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 경영을 강조한다. 그는 젊은 시절 전국 구두기능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기술자다. 김 대표는 "한국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구두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해외수출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인데 자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신발박람회에 10년 넘게 참석해 구두 트랜드와 신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해외 경쟁회사에게 지기 싫어하는 그의 승부사 기질 때문이다.
바이네르는 70개의 협력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는데 어음결제는 하지 않고 모두 현금으로 바로 대금을 지급한다. 협력업체와의 신뢰가 뒤따라야지만 최상품의 원부자재를 얻을 수 있고 그래야지만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김 대표는 아무리 많은 돈을 들고 와서 통사정을 해도 바이네르 대리점을 내주지 않는다. 서비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고 고객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바이네르는 50개의 직영점과 10개의 대리점을 가지고 있다. 대리점은 바이네르와 동고동락을 같이 한 퇴직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준다.
김 대표는 '투게더(Together) 경영'을 강조한다. 남들에게 베풀면 존경받고 존경받으면 행복한 회사가 된다는 경영철칙을 갖고 있다. 그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매년 5억원 이상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사회에 내놓는다. 집안이 가난한 골프 꿈나무들을 후원하고 있고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도와주고 있다. 김 대표는 "돈을 많이 버는 회사가 아니라 사회에 아름다운 흔적과 달콤한 향기를 남기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며 "진정한 부자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일산=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