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이슈] 사상최악 불황에… 현대상선·한진해운 단거리노선서 돌파구 찾는다

■ 아시아로 눈돌리는 대형 컨테이너선사
현대상선 2년만에 동남아노선 개설… 한진도 러 이어 역내노선 추가 예정
유럽·태평양 등 장거리 운임 폭락에 亞 수요증가 맞물려 수익발굴 나서


불황이 길어지면 돈이 된다 싶은 곳에 무조건 진출하고 본다 했던가.

유럽이나 미주 등 대륙 간 장거리 노선에 주력해온 대형 컨테이너선사가 최근 아시아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2년 만에 동남아 신규 노선을 열었고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연해주 서비스를 개시한 뒤 상반기 중 아시아 노선을 추가할 계획이다. 주력 노선의 운임이 공급과잉으로 폭락한 뒤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역내에서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아시아 노선 위주의 중소해운사들은 대형사들의 가세로 역내 노선의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을 불편해하고 있다. 대형사들의 생존 싸움에 중소형사가 고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달부터 우리나라를 출발해 중국·베트남·태국·캄보디아·필리핀을 잇는 컨테이너 노선을 새로 서비스한다. 2,2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선박 4척이 투입돼 정기적으로 해당 구간을 운행한다. 현대상선이 역내 신규 노선을 개설한 것은 2년 만이다. 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의 교역량이 계속해서 늘고 있어 노선을 새로 만들었다"며 "아시아로 화물을 보내는 고객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현대상선을 통해 동남아로 화물을 보낼 때는 중국 등 기항지에서 다른 배로 화물을 옮겨 운송했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캄보디아나 필리핀으로 한 번에 실어나르기 때문에 운항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도 지난해 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역내 노선을 새로 개설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역내 노선을 추가할 계획이다. 화주들의 요청 등 수요에 발맞춰 아시아 노선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매출의 70~80%는 유럽과 태평양 노선에서 발생한다. 양대 컨테이너선사가 이런 주력노선을 두고 역내 노선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아시아 수요 증가와 더불어 유럽·태평양 노선의 부진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선주협회 자료를 보면 이날 현재 '아시아~미 서부' 컨테이너 운임은 FEU당(12m 길이 컨테이너 1개) 761달러, '아시아~유럽' 컨테이너 운임은 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당 205달러로 지난해보다 각각 60~70% 폭락하며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륙 간 노선에 초대형컨테이너선이 속속 도입되며 선복량(선박공급량)이 급증해서다. 당분간 운임이 개선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양대 컨테이너선사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아시아 노선으로 눈을 돌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대형선사의 전략에 중소형 선사들은 발을 구르고 있다. 아시아 노선이 주력인 고려해운과 흥아해운·장금상선 등은 최근 해운시장 악화에도 꾸준한 수익을 내왔다. 그러나 대형선사들이 아시아 서비스를 확대하면 역내 노선의 경쟁이 심화하고 자연스레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장거리노선의 공급과잉이 역내노선까지 번지는 셈이다. 중소해운사의 한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가 많아지면 당연히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선사는 기존에도 역내노선을 운영해온 만큼 신규 서비스는 철저히 고객 수요에 응대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아시아와 이머징 지역에서 전체 매출의 20.3%를 올렸다. 현대상선도 중동과 인도, 역내에 15개 항로를 운영 중이며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한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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