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절벽' 타개 비상 대책 가동] "수출성과 큰 곳 통크게 밀어준다"… '히든챔피언' 지원 총력

전문인력 등 부담 탓 매년 3만여 기업 수출 포기
지원체계 대폭 개편, 산업부·중기청으로 일원화
지나친 성과주의 우려… 인력양성 등 장기대책 절실


경제제재 해제로 봄을 맞고 있는 이란 시장에서도 우리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대이란 수출이 반토막 나 '4대 수출 전략시장'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란 수입상들이 제품 공급선 다변화를 꾀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 속에 오랜 제재 여파로 이란 소비자의 구매력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대로면 올해 대이란 수출이 종전 최대치인 지난 2012년의 62억달러를 깨기도 벅차 보인다. 이란 시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대이란 수출은 3억9,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6.3% 줄어든 규모다. 2월 감소폭이 35.1%로 1월(-56.9%)보다 줄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감소폭(1월 -18.8%, 2월 -12.2%)을 크게 웃돈다. 수출 전략시장으로 이란과 함께 꼽혔던 대베트남 수출이 4.2% 증가한 것을 포함해 인도(-6.0%), 멕시코(-14.0%) 등과 비교해도 이란의 부진은 눈에 띈다.


품목별로 보면 △컬러TV -85.8% △무선전화기 -80.4% △냉장고 -67.7% △평판디스플레이 -60.9% △자동차부품 -67.6% 등 가전과 정보통신(IT) 분야가 어려웠다. 그나마 △승용차 121.8% △타이어 22.5% △에어컨 16.1% 등이 체면을 살렸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이란 공략에 적극적이었기에 이런 결과는 의외다. 우리의 대이란 세일즈 외교가 도로·발전소·병원 등 기반시설 구축에 방점이 찍혔다고는 해도 최근 소비재 판매 감소세는 너무 가파르다.

일단 올 들어 현지 시장 분위기부터 달라지고 있다는 게 이란에 정통한 이들의 설명이다. 가령 바이어들은 제품 공급 루트 확대를 지렛대로 삼아 기업과 결제조건 재협상에 나서고 있고 소비자들은 경쟁에 따른 제품가격 인하를 기대하며 구매를 미루는 추세다. 한마디로 시장 주도권이 수출기업에서 수입상으로 넘어갔다. 최종준 KOTRA 이란진출지원센터 위원은 "수입상들이 우리 기업에 외상결제 허용 등 결제조건 완화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판매가 크게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란의 가계 상태가 극도로 열악하다는 진단도 있다. 가전 수출이 매년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게 그 근거다. 홍정화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란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2013년부터 가전 수출이 15~20% 정도 줄어왔다"며 "올해 유독 수출 하락폭이 큰 것은 소비자 구매력이 핀치에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이란 시장 점유율이 TV 93%(2015년 말 기준), 냉장고 87%, 세탁기 78% 등으로 절대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우리 제품이 갑자기 일본·중국·유럽 등에 밀리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하반기에 이란 조립공장 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므로 수출 실적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통화 결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최 위원은 "무엇보다 교역규모가 늘어나려면 원화결제 외에 유로화 등 대체통화 결제가 가능해야 한다"며 "대체 지급수단이 생기면 교역형태도 다양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그간 꽁꽁 얼었던 이란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만큼 이 시장에 주력하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다만 이란이 우리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높았을 때도 1.1%(2012년)에 불과했던 만큼 경쟁에 대비한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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