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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국가스공사와 우즈베키스탄 국영가스공사(UNG)가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공동사업으로 진행한 수르길 가스전이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수르길 사업은 우즈베크 건국 이래 최대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다. 아랄해 인근에서 뽑아낸 가스를 110㎞ 떨어진 우스튜르트 가스화학 플랜트로 보낸 후 이를 화장품·제지 등에 활용되는 폴리머로 만든다. 가스공사는 상업생산 이후 25년간 사업을 수행하며 연간 840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강룡 한국가스공사 팀장은 "수르길에 매장된 가스는 1억3,000만톤 규모로 이를 통해 연간 폴리머 46만톤과 천연가스 300만톤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면서 "만들어진 폴리머와 가스는 우즈베크와 중국·터키·동유럽 등지로 수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 400개에 해외사업 길 열어=가스공사가 참여한 수르길 사업은 수십년간 자원개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뜻깊은 성과는 이 사업이 국내 중소기업 수 백개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한해 30조원에 달하는 '바잉파워(구매력)'를 갖춘 세계 에너지 시장의 큰손이다. 수르길 사업은 가스공사가 개발한 가스를 되사줄 수 있는 바잉파워를 앞세워 수익이 예견되는 해외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 중소업체들의 현지시장 진출기회를 연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수르길 사업에는 국내 설계업체 20곳과 건설업체 70여곳을 포함해 총 400여곳의 중소기업이 참여해 약 14억달러(1조6,000억원)에 달하는 사업수주를 성과를 얻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 등 국내 대기업들도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가스화학 플랜트 건설 수주를 따냈다.
가스공사의 진출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사업 기회가 열린 곳은 수르길뿐만이 아니다. 가스공사는 약 420억원을 투자해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에 천연가스공급배관을 건설하고 지역 내 14개소에 산업용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이 사업에도 벽산엔지니어링과 대주이엔티 등 국내 중소 건설·자재업체 15곳이 공동 참여했다. 또 멕시코 만사니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사업과 110㎞ 길이의 이라크 키르루크·베이지 가스관 설치사업도 국내 중기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가스공사는 모잠비크 정부와 함께 가스 액화플랜트와 2,500㎞에 달하는 대륙횡단 배관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들이 성사되면 수르길 사업처럼 중기 수백곳이 해외사업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팀장은 "가스공사는 우즈베크에서 대형 자원개발 사업을 성공시켜 모잠비크와 이란·이라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면서 "국내 기업·금융기관과 함께 패키지형 해외사업을 통해 동반성장의 기회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원개발 노하우 쌓고 가스 수급도 안정=가스공사는 최근 유가 하락으로 자산 가격이 낮아진 자원개발 사업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신기후 체제인 포스트2020에 맞춰 각국이 석유보다 온실가스를 절반 이상 덜 배출하는 가스 소비를 늘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수익성이 밝은 해외가스전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것이 가스공사의 구상이다. 이미 호주 동부에서 비전통가스전(석탄층 가스)를 뽑아내 국내로 들여오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내년 이곳에서 들여오는 가스 규모만도 89만6,000톤으로 국내 연간 소비량의 3%에 육박한다. 가스공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엑손모빌 같은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 업체와 손잡고 가스전 시추에서 액화·저장·송출까지 이어지는 상하류 사업을 벌여 수익창출은 물론 안정적인 가스 자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세계 최대의 LNG 구매력을 바탕으로 해외 메이저사와 손잡고 부가가치가 높은 시추·액화 등의 사업까지 진출할 것"이라며 "해외사업을 통한 가스 도입을 늘려 국내 가스 수급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