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바크라위는 지난해 여름 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일제 수색작전을 벌이던 터키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터키 정부는 그의 체포 사실을 벨기에 당국에 통보했으나 벨기에 측은 그가 테러에 관련된 증거가 없다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터키는 그를 풀어주며 네덜란드로 추방했다. 쿤 긴스 벨기에 법무장관은 “지난여름 엘 바크라위가 터키에 잡혔을 때 그가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증거가 없었다”며 “당시 그는 벨기에의 테러리스트 명단에도 없었고 범죄행위도 없었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과거에도 시리아 내전 참가 등 충분한 증거가 없으면 터키에서 추방된 테러리스트 용의자를 가둬둘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 밖에도 벨기에 법은 가택수색을 밤9시부터 새벽5시까지 전면 금지하는 등 대테러 관련 수사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벨기에 정부는 테러와 관련해 24시간 가택수색을 허가하는 등 18가지 테러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허술한 벨기에의 대테러 수사망을 비웃듯이 파리 테러 주범 살라 압데슬람은 범행 후 4개월 동안 단 한번도 경찰에 잡히지 않고 고향집 인근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현재 유럽에 잠입해 있는 IS 테러리스트 수가 400명을 넘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럽과 이라크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IS가 테러 훈련을 전담하는 특별캠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IS의 지시를 받고 유럽에서 활동 중인 테러리스트가 400~6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의 한 관료는 “IS가 테러를 위한 특별부대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들의 목표는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테러 작전을 수행해 적이 더 많은 자금과 인력을 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순기자 seny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