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규모를 추정하는 연구가 더러 있는데 한국은 확실히 중산층이 줄고 있어요. 계층의 양극화, 그야말로 1%대 99%의 세계죠”(이정우 전 참여정부 대통령 정책실장).
“제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에 갑자기 임명됐을 당시에는 외환위기를 수습해야 할 때라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았는데 같이할 사람이 없으니까 관료에 의존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모호한 문제는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끌다가 피해 가요”(윤원배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이들은 한국사회를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만 하다가는 상식을 깨고 비정상으로 돌아가는 한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각 부의 장관으로 나라 사람을 맡았던 전문가, 오랜 세월 대학에서 학문을 연구한 교수, 정부에서 대통령을 보좌해 정책을 만들었던 행정가 등 8명의 전문가들이 한국경제 회복 방안을 찾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윤원배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윤석헌 전 숭실대학교 교수, 이정우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이동걸 동국대학교 초빙교수, 최정표 건국대학교 교수, 장세진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허성관 전 동아대학교 교수.
‘비정상경제회담’은 양극화, 관료개혁, 부패, 가계부채, 노동, 재벌, 재정 등 바로잡아야 할 한국사회의 문제점들을 찾고 그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이들 전문가들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묶은 책이다.
한 나라의 최고 수뇌인 정상( 頂上)들의 모임은 아니지만, 한국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자리에 한 만큼 현재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과 맞춤형 해법들도 함께 내놓았다.
여덟 차례의 토론을 가진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양극화와 관련해 사회 곳곳에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많이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핀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등에서 검토하고 있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기본소득제는 소득, 나이, 남여 등 자격제한 없이 별도의 지원 절차 없이 누구에게나 일정한 기본 소득(핀란드의 경우 약 800유로(102만원)을 매월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핀란드와 스위스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핀란드의 기본 소득 안은 현재 예비실험 중이고 2019년 총선 이후에 시행 될 예정이다. 스위스는 내년에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관료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미국식 ‘교체공무원제도’를 제시했다. 교체공무원제도는 공무원도 대통령 임기가 시작될 때 임명됐다가 임기가 끝날 때 함께 교체돼 나감으로써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한 정책을 책임감 있게 수행토록 한 제도다.
부패 문제에 대해서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가계부채 문제는 복지주택금융 및 거시경제의 균형 잡힌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금융위는 축소해 기획재정부로 보내고 금융감독원을 한국은행처럼 독립시키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독립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밖에도 저자들은 주제별 해법을 내놓긴 했지만,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결정적인 대안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토론회를 계속해서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1만6,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