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5B04 대만 자취엔지수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였던 대만이 정권교체에 따른 불확실성을 걷어내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다시 비상하고 있다. 지난 1월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신임 대만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중국과 대만간 갈등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이후 양안 관계가 안정된 모습을 보여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이나 리스크’가 사그라든 대만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오는 5월 8년간의 국민당 집권을 끝내고 새로 출범하는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해지면서 대만 주식시장은 당분간 강세장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증시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에서 대만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중순까지 29억 달러를 대만 증시에 투자했는데 이는 아시아 주요 8개국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에 힘입어 대만 증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자취엔 지수는 지난 24일 8743.38로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약 18% 급등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특히 대만 증시가 올 들어 더욱 견고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대만 증시의 상승세는 더욱 뚜렷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아시아 주요국 증시를 포함한 MSCI 아시아-퍼시픽 지수는 올 들어 0.17% 하락했지만 대만 자취엔 지수는 반대로 8.03% 올랐다. 다른 아시아 국가 주식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대만 증시만 나 홀로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대만 증시의 고공행진은 중국과의 양안 관계가 안정화 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지지하는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자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실제 양안 관계는 이후 별 탈 없이 안정적인 상황을 이어왔다.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상황을 보았을 때 차이잉원의 총통 당선이 양안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중국과 관계 악화로 ‘차이나 리스크’에 빠져 대만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걱정들이 가라앉으면서 대만 증시에 호재가 됐다”고 전했다.
시장전문가들도 중국과의 외교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돼 대만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HSBC 글로벌 자산관리부의 빌 몰도나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투자자들도 같은 생각에 대만 증시의 상승장을 기대하며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드니에 위치한 AMP 캐피털의 쉐인 올리버 최고투자전략가도 “지난 1월 총통선거를 앞두고 대만 증시를 둘러싼 정치적 리스크가 적지 않았지만 예견된 문제들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대만의 안정적 정국 상황을 직시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만 증시에 앞으로 더 많이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업체들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대만 주식시장에 호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 증시의 대장주인 반도체 제조업체 TSMC는 연초대비 주가가 10.8% 상승했다. 홍콩 소재 픽텟자산운용의 폴린 댄 투자전문가는 “세계적으로 초소형 전자기기나 스마트 전자제품, 웨어러블 제품에 대한 수요는 증가세에 있다”며 “TSMC 같이 반도체 산업의 선두에 있는 대만 업체들이 수혜를 보고 이는 대만 증시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5월에 출범할 차이잉원 정부가 새로 내놓을 경제정책도 대만 증시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차이잉원 당선자가 후보 때부터 선거공약으로 생명과학, 녹색기술, 스마트기기, 사물인터넷, 의료산업 등 5개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혀왔다”며 “투자자들은 이 산업군의 주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통신과 인터뷰한 피터 정 타이베이 IBTS 투자컨설팅 수석부사장도 “새 정부의 경제정책 계획 중 바이오 분야는 신임 총통의 역점 사업인 만큼 개인 투자자는 물론 기관도 관련 주식을 특히 집중해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