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살리면서 현재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에너지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기업들은 분뇨나 음식물찌꺼기·폐목재 등이 바이오 기술력과 결합하며 새로운 가치를 얻는 ‘현대판 연금술’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저유가로 바이오에너지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개발여건은 좋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대체에너지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효율은 높이면서 원가를 절감하는 신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가운데 GS와 SK 등이 바이오에너지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폐목재 등에서 친환경 바이오 연료인 ‘바이오부탄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전남 여수에 시범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바이오부탄올은 차량용 연료나 화학 연료로 쓸 수 있다. GS칼텍스는 친환경 플라스틱의 원료인 바이오폴리머 공장도 연내 착공할 예정이며 이를 기반으로 전남 지역의 바이오화학 벤처기업 육성에도 나설 방침이다.
민간발전회사인 GS EPS는 지난해 9월 충남 당진에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지었다. 야자열매 껍질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친환경발전소다. GS EPS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노하우와 기술력을 쌓아 해외 발전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SK E&S는 환경부·강원도·홍천군과 손잡고 강원도 홍천군 소매곡리를 친환경 에너지타운으로 조성했다. 이 마을은 하수종말처리장과 가축분뇨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심각했다. SK E&S의 자회사인 강원도시가스는 분뇨처리장 악취의 주범인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로 재탄생시켜 마을에 공급했다. 마을의 음식물찌꺼기 역시 바이오가스로 다시 태어난다. 연간 750세대가 쓸 만큼의 도시가스가 공급되면서 가구당 40만원 수준이던 마을 주민들의 난방비는 20만원 이하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마을의 골칫거리가 바이오기술 덕에 효자로 거듭난 셈이다.
바이오에너지 부문에서 속속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화석연료 대비 원가경쟁력에서 많이 뒤처지기 때문에 정부 등의 지원 없이 자립기반을 갖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저유가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여건이 좋지 않지만 환경과 화석연료 고갈 등을 고려할 때 바이오에너지의 가치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SK E&S가 강원도 홍천군 소매곡리에 설치한 바이오가스 설비. 이 마을은 하수종말처리장과 가축 분뇨처리장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도시가스로 만들어 재활용하고 있다. /사진제공=SK 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