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김치박물관인 ‘뮤지엄김치간’의 내부 전경.
우리나라 및 세계 각국의 절임채소들을 전시해놓은 ‘김치움’
서울 인사동 ‘뮤지엄김치간’
서울 삼성동에 위치했던 ’김치박물관’. 인사동에 새로 둥지를 튼 ‘뮤지엄김치간’의 전신이다.
#지난 22일 타이완에서 한국으로 자유여행을 온 대만인 천야린씨는 유명 여행 블로그를 검색하던 중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뮤지엄김치간’에 김치 쿠킹 클래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과 함께 바로 등록했다. 재료비 2만원만 내면 직접 담근 김치를 포장해갈 수 있는데다 수업도 영어로 진행돼 외국인이 참여하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야린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전통음식인 김치가 예상외로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김치를 직접 만들어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나니 한국과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주부 임미연 씨는 평소 김치를 잘 먹지 않는 초등학생 딸과 함께 풀무원 뮤지엄김치간 개관 1주년을 맞아 진행 중인 ‘어린이 김치학교’를 방문했다. 김치학교에서는 어린이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한 ‘미각교육’과 김치의 효능과 담그는 과정을 배우는 ‘김치아트스쿨’ 순으로 진행됐다. 임 씨는 “매운맛 때문에 김치를 싫어했던 딸이 배를 넣은 김치를 직접 만들어보고 맛보는 과정에서 ‘김치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편식 습관을 개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통 발효음식인 김치는 천연 유산균이 가득 담긴 완전식품이다. 유산균 보조제를 하루 세끼 챙겨먹는 것보다 동치미 국물 몇 모금 마시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칫국물 1cc에는 유산균 보조제 1회분에 들어있는 유산균 5~10억 마리가 살아있다. 특히 비타민A·B·C와 함께 칼슘, 인, 철분 등의 무기질이 풍부해 동맥경화, 암, 면역력 저하, 바이러스 감염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에는 미국 건강전문지 ‘헬스’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에 스페인 올리브유, 그리스 요구르트, 인도 렌즈콩, 일본의 콩 식품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2013년 한국의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김치지만 김치의 과거·현재·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서울에서는 찾기 어려웠다. 이에 풀무원은 지난해 23억원의 비용을 과감히 투자해 서울 인사동에 김치박물관을 열고 김치 문화 알리기에 나섰다.
풀무원이 야심차게 마련한 김치박물관 ‘뮤지엄김치간’이 다음달 개관 1주년을 맞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자리를 떠난 김치박물관이 인사동에 뮤지엄김치간으로 새 옷을 입은 후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이다.
국내 최초의 김치박물관인 뮤지엄김치간의 시작은 1987년 서울 필동의 개인박물관을 풀무원이 인수하면서부터다. 풀무원은 이듬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김치의 독창성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단지로 풀무원김치박물관 자리를 옮겼다. 2000년 5월 코엑스로 이전한 김치박물관은 김치에 대한 조사, 연구와 더불어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김치 세계화의 주춧돌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후 2015년 한류 문화 명소인 인사동을 새 보금자리로 낙점해 뮤지엄김치간으로 재탄생했다.
풀무원이 김치를 세계인에게 알리려는 노력은 수치로 드러났다. 2000년 코엑스로 자리를 옮긴 후부터 지난 2월까지 풀무원김치박물관과 뮤지엄김치간을 찾은 누적 방문객 수는 75만명에 달한다. 2000년 이전 방문 기록이 보존되고 있지만 국내 최초 김치박물관인 점을 감안하면 1987년 이후 풀무원 김치박물관을 방문한 1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회사 측은 추정한다. 풀무원은 코엑스에서 연간 5만명이었던 방문객의 수가 인사동으로 이전한 후 연간 10만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김치의 다채로운 면을 간직한 곳이자 김치를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김치간은 인사동마루 건물의 4층에서 6층까지의 총 3개 층에서 운영되고 있다. 전체 580.78㎡(176평) 규모로, 각층은 △4층 김치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문화 소통 공간 △5층 김치의 발효과정을 느낄 수 있는 숨 쉬는 김치 공간 △6층 김장문화 체험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뮤지엄김치간은 체험 중심형 박물관이다. 4층 김치문화 공간에서는 대형 벽면 스크린을 통해 김치 이미지 영상이 상시 상영 중이며 통배추 김치와 백김치 담그는 과정을 디지털 게임을 통해 간단하게 체험할 수 있는 김장플레이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또 김치 사랑방에서는 관람객의 미소 사진이 교차 전시되는 ‘김치 미소전’도 열린다. ‘과학자의 방’은 전자현미경을 통해 살아있는 김치유산균을 연구하고 관찰할 수 있는 코너다.
한 층을 올라가면 김치의 발효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김치 공부방’에서는 안동 농암종택의 김치 구술사와 독특한 지방김치, 조선시대 궁중 김치를 기록한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층에서 내외국인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바로 ‘김치움’. 한국의 다양한 김치와 세계 절임채소가 전시된데다 온도가 4도로 일정하게 유지돼 있어 김치의 온도 냄새, 소리 등이 체험 가능하다. 6층은 실제 김치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인 ‘쿠킹 클래스’와 함께 세계 무형문화유산을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헌정방’ 등이 마련돼 있다.
특히 풀무원이 김치박물관을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중점을 둔 것은 디지털콘텐츠 강화다. 기존 코엑스 김치박물관이 장독, 김장독 같은 옹기와 옛 부엌살림 등 유물 중심 전시관이었다면 뮤지엄김치간은 디지털 사이니지를 적극 활용한 첨단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고루하다’는 편견에서 탈피하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젊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공간 연출 또한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전문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실물 전시는 물론 관람객이 직접 즐기면서 체험할 수 있는 상호소통 디지털 전시를 구현했다.
풀무원은 뮤지엄김치간을 통해 내외국인에게 김치의 전통성과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대표 한류 문화 공간으로 박물관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설호정 뮤지엄김치간 관장은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구성하려고 노력했으며 김치와 김장 문화를 유물로 설명하는 데에서 한 걸음 진화해 다음 세대가 김치를 진정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세계인이 김치를 즐길 수 있게 했다”며 “현대적인 전시 콘텐츠들을 적절한 주기로 교체해 참신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