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부실감사 의혹' 직격탄 벼랑끝 딜로이트안진

대형 프로젝트 줄줄이 취소
산업은행과 불편한 관계
2000년 대우 분식으로 폐업한
산동회계 전철 밟을 수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으로 16년 만에 대형 회계법인이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대우조선 외부 감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은 2조원대 회계감사 오류로 대형 회계 프로젝트의 수주가 줄줄이 취소당했다. 시장에서는 딜로이트안진이 지난 2000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파문으로 폐업한 산동회계법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초비상이 걸렸다. .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상선 조건부 자율협약 실사를 진행하던 딜로이트안진 프로젝트팀 20여명이 산업은행에서 철수했다. 10억원가량의 보수를 받기로 했던 프로젝트가 무산된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딜로이트안진에 출입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딜로이트안진이 산업은행 출입금지라는 수모를 당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감사에서 스스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추정 영업손실 5조5,000억원 가운데 2조원을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고 정정했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감리 중인 감독 당국이 분식회계로 결론 내릴 것에 대비해 징계수위를 낮추려고 뒤늦게 재무제표 수정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딜로이트안진의 오류는 시장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업계의 신뢰를 잃은 딜로이트안진 기업금융자문(FAS)본부는 최근 4건의 대형 프로젝트가 무산됐을 뿐 아니라 논의 중이었던 딜 수주도 중단된 상태다. 특히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딜로이트안진에 더 이상 업무를 맡기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딜로이트안진이 최악의 경우 산동회계법인처럼 폐업사태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년 당시 국내 2위 회계법인이던 산동회계법인은 그해 12월 대우그룹 계열사 부실감리로 회계감사 불능을 선언하고 폐업했다. 이후 일부 인력들은 삼정회계법인으로 옮겼고 산동회계법인과 계약을 맺었던 KPMG 역시 삼정회계법인으로 변경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딜로이트안진과 논의 중이던 여러 채권단이 다른 회계법인과 얘기를 시작한 상태”라며 “주주들의 소송 문제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잃은 탓에 FAS본부의 성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딜로이트안진은 내부적 위기를 느낀 탓인지 인센티브 지급 계획을 취소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몇몇 파트너들이 다른 회계법인으로 이직하거나 개업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딜로이트안진의 감사 부실 문제에 대해 감리를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했는지 여부는 물론 외부감사하면서 적정 의견을 내준 딜로이트안진이 분식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눈감아준 것인지 여부가 감리의 초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보다 규모가 작았던 대우건설의 경우 분식회계를 적발하는 데 약 1년 9개월이 걸렸다”며 “딜로이트안진의 조직적 은폐, 고의로 한 정황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