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 과정에서 도시는 저렴한 노동력이 필요했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원했다. 사람들은 도시로 몰렸고 소득은 점차 높아지고 생활은 많이 윤택해졌다. 도시는 사람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주고 사람들은 그것을 찾아 도시로 모인다.
우리가 즐겨 먹는 자장면은 비슷한 가격이라도 재료와 만든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다. 짬짜면과 폭탄주는 다른 상품 둘 이상이 합쳐져 새로운 맛을 낸다. DIY(Do it yourself)는 생산과 소비기능이 합쳐진 ‘프로슈머’라는 개념의 융복합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연결된 사물인터넷(IoT)의 등장으로 기능과 상품들의 융복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 모든 다양성과 융복합의 원천은 도시이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한 공간에 모이게 해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거래할 기회를 준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를 유기체라 부르기도 한다. 거대한 플랫폼이다.
급격한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 트렌드는 많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과 소비의 개인화 추세가 강화돼 다품종에 기반한 맞춤형 소량생산이 대세가 될 것이다. 주거도 예외가 아니다. 비슷한 주택이라도 내부공간과 인테리어에서 차별화 선호가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쿡방에 이어 ‘집 꾸미기’가 방송을 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변화는 쉽게 감지된다. 탈산업화 이후 도시는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복잡함과 빠르기가 배가되고 있다.
상품과 기능이 융합하는 트렌드에 맞춰 도시도 변해야 한다. 도시재생은 바로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주거공간뿐 아니라 연접한 관련 생활편의공간, 사무 및 상업시설 등의 배치와 비중이 최적화돼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도시재생의 플랫폼 기능은 더욱 활성화된다. 상품과 기능의 융복합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산력과 가치 창출력이 증폭된다. 사람이 주도하지만 도시는 적정한 공간과 연계 환경을 제공하므로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우리는 2000년대 초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을 통해 종합적인 도시정비의 틀을 갖췄다. ‘도시재정비촉진에관한특별법’을 통해 광역화된 뉴타운사업이 가능했고 2013년 도시재생사업단의 노력으로 ‘도시재생활성화및지원에관한특별법’이 탄생했다. 지난해 정부는 도시재생사업을 전담할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도시기금을 마련했다. 관련 실무 작업도 준비해야 하고 경제기반형·근린재생형 등 짚어야 할 내용은 많지만 도시재생은 도시의 활력을 되찾고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것이 최선이다.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우려보다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