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브라질 최대 정당으로 연립정부의 핵심을 이뤘던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이 경제 실정에 이어 부정부패 의혹에 연루된 호세프 정권과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PMDB의 이탈이 연립정부 다른 구성 정당들의 도미노 탈퇴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PMDB는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전국위원회 회의를 열어 연정 탈퇴를 발표했다. PMDB는 “우리는 호세프 행정부에서 즉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당 소속 장관 7명도 모두 물러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PMDB는 하원 513석 중 69석, 상원 81석 중 18석을 차지한 브라질 최대 정당으로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소속돼 있다. 통신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은 막판까지 PMDB 지도부와 접촉하며 연정 잔류를 설득했으나 실패했다.
PMDB의 이탈은 탄핵 위기에 처한 호세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PMDB 지도부는 앞서 연정에서 탈퇴하면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에 더해 하원에서 각각 49석과 32석을 보유한 진보당(PP)과 사회민주당(PSD)도 연정 탈퇴와 대통령 탄핵 추진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하원의원 3분의2 이상이 탄핵 투표안에 찬성하면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상원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최종 가결된다.
사면초가에 빠진 호세프 대통령은 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일정까지 취소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다른 정당의 연정 탈퇴를 가속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다. AP통신은 호세프 대통령이 수석장관으로 임명한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앞세워 PMDB의 연정 탈퇴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호세프 대통령의 노력에도 탄핵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호세프 대통령이 이끄는 노동자당(PT)의 의석 수는 하원 58석, 상원 12석에 불과해 탄핵절차 개시를 저지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하원은 지난 17일 호세프 탄핵을 담당할 의회 특별위원회 구성안을 찬성 433표, 반대 1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특위는 탄핵 투표에 앞서 탄핵요구서와 호세프 대통령의 반론을 심의하게 되며 탄핵 추진이 합의되면 탄핵안이 의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브라질 현지언론 이스타다우는 “브라질 의회 특위에서 탄핵 추진이 합의되면 호세프 탄핵안 표결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CNBC와 인터뷰한 위기관리 전문업체 테네오인텔리전스의 마리오 마르코니니 이사도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은 위기에 빠진 브라질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의 탄핵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