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돈되는 것만..." 한국은 백신 후진국

R&D 투자액 다국적제약사의 10분의1
정부, 글로벌 세일즈 등 지원 절실



지카바이러스 발병을 계기로 한국 백신 개발능력을 한층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국내 백신 개발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액이 다국적 기업의 10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산업정책분석원이 지난 2014년 발행한 ‘감염병 백신 글로벌 정책 동향과 국내외 연구기술 개발 현황’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다국적 제약사들은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연평균 최대 6,5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국내 백신 개발업체들이 투자한 자금은 같은 기간 중 610억원에 그쳤다.

국내 기업 및 연구기관이 ‘당장 돈이 되는’ 프리미엄 백신이나 기타 예방백신에 주력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가검정량으로 볼 때 전체 시장에서 기타 예방백신 비중은 20%에 불과하지만 액수로는 56%를 차지하고 그 규모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24% 성장했다. 반면 필수예방백신은 전체 백신 사용량의 80%를 차지하지만 금액으로는 44%에 불과하고 연평균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주요 백신 28종 가운데 8종만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할 만큼 자급률도 매우 낮다. 부족한 백신을 수입으로 메꾸다 보니 백신 무역수지는 악화됐다. 무역수지 적자는 2009년 2,650만달러, 2010년 9,030만달러, 2011년 1조2,030만달러로 불어났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백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나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국제백신기금 등 거대기관을 상대로 세일즈를 해야 하는데 이를 민간이 주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한국을 세계 5위의 백신 강국으로 키워내고 자급률을 30%에서 8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을 앞세워 산업을 육성한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게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창영기자 k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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