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틱운임지수 400선 회복·열연코일 값 상승…불황업종 바닥 찍었나

■해운
BDI지수 2월 이후 꾸준한 상승세
작년 급감 석탄 물동량 회복이 관건
■폴리실리콘
태양광시장 확대로 두달째 가격↑
㎏당 14弗 돌파 손익분기점 도달
■철강
중국발 가격 인상에 덩달아 훈풍
2분기 매출이 수요회복 가늠자로



추성엽 팬오션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바닥을 확인했다”며 “회복속도는 회사별 대응전략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밝혔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가 지난 2월 초 사상 최저치인 290을 찍은 뒤 한 달간 꾸준히 오르며 400선을 되찾은 것을 두고 한 얘기다.

태양광발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최근 ㎏당 14달러를 돌파하자 OCI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손익분기점 기준에 도달해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모두 올해 초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지난해가 바닥”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추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중국 철강업체들이 백기를 들면서 올해 들어 열연코일 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오랜 어려움을 겪어온 벌크선과 폴리실리콘·철강업계가 최근 운임과 제품가격 상승세로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황을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떨어져 나가며 수급에 한결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복을 이야기하기는 이르다는 평가에 더 힘이 실리지만 관련 회사들은 추락하는 시황이 꺾였다는 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철광석과 석탄·곡물 등을 운송하는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BDI는 24일 현재 406을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인 290까지 떨어졌던 2월10일 이후 한 달간 꾸준히 오르고 있다. BDI는 호황을 누리던 2007~2008년 연평균 6,000~7,000선에 달했지만 세계 경기 침체에 신규 선박의 대거 등장으로 추락했다. 올 들어 1~2월 계절적 비수기와 신규 선박 인도까지 겹치며 300선마저 무너지자 업계는 패닉(공포) 상황에 빠졌지만 최근 상승세에 점차 바닥을 찍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닥론의 중요한 근거로는 급증하는 폐선(선박 해체)을 들 수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폐선규모는 5,040만DWT(재화중량톤)으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BDI 폭락에 아직 쓸 만한 배인 20년 이하 선박들도 해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량이 조정되면서 운임도 점차 나아지리라는 것이다. 다만 BDI가 600선까지는 올라와야 해운사들이 수익을 볼 수 있다고 분석됐다. 고병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현재는 손해를 덜 보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며 “지난해에 급감한 석탄 물동량이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폴리실리콘 업계도 한 달 전보다 분위기가 밝아졌다. 폴리실리콘 일시 거래 가격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으며 지난 1월 말 ㎏당 12.93달러까지 떨어진 뒤 두 달째 상승하며 지난주 14.02달러를 기록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은 15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며 “실제 거래가격은 시장 가격을 웃돌기 때문에 지금 정도면 손해는 안 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V’자 반등을 보이는 이유는 올해 태양광 시장이 대폭 커지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세계 태양광 시장은 지난해보다 21% 증가한 68GW로 전망됐다.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폴리실리콘은 공급과잉에 발목을 묶여 가격상승이 제한돼 12~15달러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폴리실리콘 업계 내 구조조정이 계속해서 이뤄지면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OCI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장을 100% 가동하고 있다”며 “원가 절감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공급과잉의 주범이던 중국 업체들의 잇단 가격 인상에 덩달아 훈풍을 맞고 있다. 각종 철강 제품 가격은 지난해 12월 바닥을 찍고 올해 1~3월까지 꾸준히 올랐다. 중국산 열연제품의 국내 유통가격은 지난해 12월 톤당 39만원이었으나 3월에는 48만원으로 23%나 뛰었다. 국산 열연 가격 역시 49만원에서 53만원으로 8% 인상됐다. 포스코는 후판 유통 가격을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총 5만~6만원 인상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중국업체들이 더 버티지 못하고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본격적인 상승세인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2·4분기를 지나봐야 본격적인 수요 회복을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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