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몸다는 더민주...국민의당 "차·포 떼면 협상"

"투표용지 인쇄땐 효과 반감"
더민주 손해 감수 입장 불구
'당명 없이 여론조사' 방안에
후보 따라 상황 달라 고심

더불어민주당이 야권 후보 단일화 초읽기에 몰렸다. 오는 4일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전까지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무효표 발생률이 높아지는 등 효과가 반감되는 만큼 더민주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국민의당과 단일화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당 지도부로부터 “완주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국민의당 후보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더민주에 “차·포 떼고 오면 단일화 협상에 나서겠다”고 반격에 들어갔다. ‘더민주’라는 제1야당 간판을 떼고 단일후보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돌리거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에 일정 부분의 가산점 부여를 주장하는 등 ‘접바둑’ 식의 단일화 요구를 하고 있다.

강서을에 출마한 진성준 더민주 의원은 31일 108배에 들어갔다. 김용성 국민의당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의지를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용성 국민의당 후보는 강서갑과 강서병의 야권 단일화 협상을 지켜보며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진성준 더민주 의원은 “여론조사를 할 때 당명을 명시하지 않고 해도 좋다. 20%를 국민의당 후보에게 부여하고 여론조사를시작해도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단일화에 나선 국민의당 후보 대다수는 더민주 후보에게 정당 간판을 떼고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돌리자고 제안한 상태다. 강서갑의 김영근 국민의당 후보도 금태섭 더민주 후보에게 정당명을 명시하지 않고 여론조사를 돌리자고 했다. 대전 대덕 박영순 더민주 후보와 김창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 합의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그러나 더민주 후보가 처한 상태에 따라 국민의당의 이 같은 제안을 받기 어려운 지역이 있다. 강서갑의 금태섭 후보 측도 “정당명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돌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강서병과 대전 동구의 더민주 후보 역시 “한 정당의 후보인 만큼 정당명을 명시하지 않는 것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투표용지 인쇄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더민주 측 후보들은 단일화 협상에 나서 ‘고지전’ 형태의 협상을 벌여 “조금이라도 덜 내어주는 단일화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야권 재야 원로들이 제안한 배심원 투표제 등의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상황이 반대인 곳도 있다.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한 정호준 국민의당 의원은 이지수 더민주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며 이날 공식 선거운동을 종료했다. 정호준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오늘 아침 야당의 지지자들이 반으로 나뉘어 서로 겨누어야 하는 현실을 지켜봐야 했다”며 “지금 이 시간부로 야권의 단일화를 다시 한 번 촉구하며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할 것을 선언한다. 예정된 출정식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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