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리테일 강자' 국민은행

공항 인터넷 환전서비스 한다지만 '더부살이'에 환전소 1곳밖에 못써

국내 리테일 시장의 최강자로 불리는 국민은행이 정교하지 못한 전략 탓에 이 시장에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기순익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객 점유율 부문도 신한에 1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해 'KB 사태' 등의 파장을 겪은 후 대고객 서비스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인천공항 지점 문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진행된 인천공항 입찰에서 미흡한 준비로 사업장을 한 곳도 따내지 못해 최근 1년간 공항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인터넷을 통해 환전을 신청한 고객들의 원성을 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민은행은 이달 말부터 고객이 인터넷 환전을 신청할 경우 KEB하나은행 인천공항지점에서 외화 실물을 수령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고육지책이다. 환전 수수료는 물론 점포 이용 수수료까지 KEB하나은행 측에 지불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볼썽사나운 '더부살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인천공항 내 KEB하나은행 환전소 10개 중 1층 입국장 A게이트 앞의 환전소 1개만 사용할 수 있어 고객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3층 출국장 환전소를 이용할 수 없어 불평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시작된 계좌이동제 역시 국민은행에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4대 은행 중 국민은행에서만 고객 순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이동제 시행 초창기에 비해서는 이탈고객 수가 크게 줄기는 했지만 이탈은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개인고객부 담당자는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의 순고객 수만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나머지 시중은행들이 국민은행 고객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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