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건연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전 한국수자원학회장
며칠 전 유엔은 우리에게 최악의 가뭄과 지구온난화로 아프리카인 3,600만명이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대적하는 첨단과학의 시대에 도대체 이런 비극은 무엇 때문에 계속되는 것일까. 알려진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 엘니뇨를 비롯한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은 유례없는 가뭄에 시달리는 반면 지난 4년간 최악의 가뭄을 겪었던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최근 폭우가 쏟아지고 미국 남부, 폴란드, 체코 등은 때아닌 물난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후변화가 심각한 물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글로벌 10대 어젠다’의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우리 정부도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있는데 제21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에 따라 제반 이행대책을 마련한 것이 그 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물을 연구해온 필자가 보기에 정부의 ‘제2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강수량의 계절별·지역별 편차가 크다. 최근에는 예전과 다른 패턴의 이상기후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는 40여년 만의 대가뭄으로 전국의 댐 저수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대책은 저수지나 댐 등의 물그릇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에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댐 건설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회적 여건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대규모 댐 건설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고려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은 이미 건설돼 운영 중인 댐과 저수지의 통합관리를 통해 수자원 관리의 효율화를 기하는 일이다. 한강수계에는 산업화 초기에 전력생산만 목적으로 건설된 댐이 다수 있다. 이들은 지난 세월 우리나라 산업 및 생활 에너지의 주요 공급원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전체 전력생산량에서 수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안 될 정도로 낮아졌고 전력 예비율에도 여유가 생겼다. 반면 한강수계에 있는 수력발전댐을 다목적화해 실시간 통합연계 운영하게 되면 약 2.4억㎥의 홍수조절 용량 및 5.4억~8.8억㎥의 용수공급 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최근 건설 중인 영주댐(저수용량 1.8억㎥, 1조1,000억원)을 3~4개 정도 추가로 건설하는 효과다.
우리나라는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세계 평균의 6분의1에 불과하지만 물 사용량이 많은 편이다. 이로 인해 가용수자원 대비 취수량이 40%를 넘어 용수수급 사정이 매우 열악한 물 스트레스 국가다. 기후변화와 국내 수자원 상황을 고려했을 때 댐 등 기존 수자원시설에 대한 보다 실시간적 운영과 효율적인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많은 전문가가 수력발전댐의 다목적댐화와 댐 관리 일원화 등을 꾸준히 주장해왔으나 관계기관 간 이견 등으로 아직도 실현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물 이용이 계속되는 현재 상황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중국 고사에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말이 있다. ‘연못의 물을 말려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일시적 욕심 때문에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이다. 물 관리도 마찬가지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풀기 쉽지 않은 매듭처럼 꼬여 있다 해서 국가 정책을 영원한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으로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21세기 물 문제를 해결하고 물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필수과제다. 효율적인 물 관리가 실현되지 않고는 현재를 사는 우리,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물뿐 아니라 희망도 미래도 없게 될 것이다. 이제는 건강한 미래 물 환경의 실현과 효율성·공평성·지속성 기반의 협력적 물 문화 실현을 위한 물 관리를 선택이 아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숙명으로 인식하고 실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