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기업투자 비중 39년 만에 최저

민간소비 비중도 50% 밑으로 추락… 27년 만에 가장 낮아
투자·소비위축...일본 '잃어버린 20년' 뒤따라 저성장 추세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50%를 밑돌면서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낮은 성장세로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이로 인해 가계의 소득이 줄면서 내수가 침체하면서 저성장 고착화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은 29.1%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76년(26.4%) 이후 3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총고정자본형성이란 기업이 기존의 생산능력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설비·건설·무형자산 등에 투자한 금액을 모두 합한 액수를 말한다. 이 기업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31.4%)을 기점으로 7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데다, 내수마저 침체되면서 기업이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에 머뭇거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투자 부진은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설비투자는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7.5% 줄어 1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재고가 많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투자는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1월 제조업의 재고율은 128.5%로 2008년 12월(129.5%)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개별소비세 재시행으로 자동차 판매가 느는 등 최근 소비지표가 반짝 살아나면서 2월 재고율(128.0%) 소폭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투자 위축에 기업의 실적마저 급감하면서 덩달아 내수의 주역인 민간소비도 줄고 있다. 민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IMF 환란 당시인 1998년(49.8%) 이후 처음으로 절반 밑으로 내려왔다. 지난해 민간소비 비중은 49.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98년(48.3%) 이후 최저치다.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2012년 51.4%에서 2013년 50.9%, 2014년 50.3% 등 3년 연속으로 떨어졌다. 가계의 평균소비성향도 지난해 7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다. 소비를 줄인 가계가 은행에 돈을 쌓아 좋으면서 자금 조달액에서 자금 운용액을 뺀 차액인 잉여자금도 사상 최대인 100조원에 육박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성장률 하락→기업투자 감소→고용 감소→가계소득 감소→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은 “한국이 구조개혁, 규제개혁을 통해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르게 될 것”이라며 “정부 지출도 창업, 연구개발(R&D), 미래 먹을거리 등 장기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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