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식 미래엔에스 대표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피땀 흘려 세운 회사가 문을 닫은 아픔을 겪고도 또다시 도전해 재기한 벤처기업인이 있다. 언뜻 보면 연관이 없어 보이는 광고영상과 정보 시스템을 융합해 공간·위치정보 기반 통합관제 시스템 사업으로 재탄생시키는 전략으로 승부를 봤다. 전략은 맞아떨어졌고 매출이 연 100% 성장하는 유망 기업으로 발돋움했다.김유식(사진) 미래엔에스 대표 이야기다. 지금은 정보기술(IT)이 산업을 주도하고 사물인터넷(IoT)이 발달하면서 미래엔에스가 관련 업계를 리드하는 벤처사로 발돋움했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25년간 김 대표의 인생에 ‘우여곡절’이라는 단어만큼 어울리는 말은 없다.
대기업서 GIS 사업 신설·주도하다가
창업 후 국내 첫 동영상광고서버 개발
코스닥 상장 후 M&A로 덩치 키웠지만
합병법인 부실자산 탓 결국 상장폐지
김 대표는 “대학 시절 행정고시 공부를 하다가 시험과목인 행정정보론에 푹 빠지게 됐다”며 “정보가 세상을 주도하는 ‘정보화시대’가 도래한다는 책 속 이야기들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행시 1차에 합격했지만 정보 시스템에 대한 호기심을 뿌리치지 못하고 2차 시험을 준비하는 중에 끝내 고시 책을 덮었다. 이후 1991년 김 대표가 처음 몸담은 회사가 IT 솔루션 대기업인 LG CNS다. 김 대표와 IT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리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이과 출신이 대부분인 IT 회사에 드문 존재였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1993년 회사에 지리정보시스템(GIS) 사업부가 만들어지면서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김 대표가 초창기 멤버로 참여해 주도적으로 GIS 사업을 이끌게 된 것이다.
“GIS 사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지리를 알아야 하는데 회사에 지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GIS 사업부 신설에 참여하고 1999년 퇴사할 때까지 GIS 업무를 주도하게 됐죠. 정보 시스템 업무에 전공을 접목시키는 일이다 보니 자신이 있었어요.”
GIS 사업에 몰두하던 김 대표도 2000년 전후로 성행했던 벤처 열풍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창업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미디어 방송광고 벤처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나 역시 전선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세운 첫 회사이자 영상미디어 기술기업인 노블테크놀로지는 이렇게 탄생했다.
당시 김 대표가 주목한 것은 인터넷 방송 광고였다. 2000년 전후까지도 인터넷 속도가 느려 인터넷 방송 시장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서서히 관심의 불이 지펴지는 영역이었다. 그는 “지금은 소비자 연령, 거주 지역 등에 따라 광고 대상(타깃)이 세분화돼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며 “인터넷 방송에서도 소비자가 원하는 광고가 다를 것으로 보고 타깃 설정이 가능한 광고 서버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본방송과 광고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서버가 필요해 국내 최초로 온라인 동영상 광고 서버를 개발했다.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각종 영상이 재생되기 전 등장하는 광고의 기원이 바로 노블테크놀로지인 셈이다. 그는 “당시 속도도 느리고 업로드 용량에 제약이 커 지금처럼 인터넷 영상이 재생되기 전 다양한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 어려웠다”며 “전용 광고 서버를 만들어 스트리밍(인터넷에서 음성·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방법)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영상광고를 내보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2002년 미래엔에스는 KBSi(현 KBS미디어), iMBC, SBSi(현 SBS콘텐츠허브) 등 주요 인터넷 방송사들에 서버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용자의 거주 지역 등을 구분해 광고영상을 제공하는 타깃팅 기법을 국내 최초로 서버에 적용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다음으로 2004년 전국 70여개 홈플러스 매장과 200여개 패밀리마트(현 CU)에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 시스템을 공급했다. 2005년에는 디지털스크린광고(DSA)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 전국 CGV 상영관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같은 브랜드의 영화관·편의점이라도 지역에 따라 다른 광고를 내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회사를 더 키워보겠다는 생각에 2007년 노블테크놀로지를 GIS 전문기업인 지노시스템과 합병했다. 2010년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잘나가던 회사가 내리막을 걸었던 시기도 바로 그때다. 합병법인인 지노시스템이 지앤이라는 자원개발회사를 인수했는데 이 회사가 보유한 수십억원 규모의 현물투자자산이 부실자산으로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노시스템은 끝내 2011년 상장폐지됐다.
기존 연구원들 이끌고 미래엔에스 설립
관제시스템에 사물인터넷 기술 접목
지자체 등서 계약 잇따라 매출 年 100%↑
“AI 기능까지 서비스하는 시스템 만들 것”
충격이 컸지만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보안·위치정보가 IT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사업을 이대로 정리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대표는 지노시스템에서 함께했던 연구원들을 이끌고 미래엔에스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지노시스템의 위치·공간정보 분석 사업에 노블테크놀로지에서 확보한 영상제어 노하우를 접목해 통합관제시스템을 개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며 “2013년에는 2년간 머리를 싸매 연구개발에 매달린 끝에 기존 관제시스템에 IoT 기술까지 접목한 ‘테라웍스’(TeraWorks)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미래엔에스가 서비스하는 관제 시스템의 특징은 공간지각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이다. 화재 등 이상상황이 발생하면 관제사의 모니터에 건물 또는 도시 전체 모습이 3차원으로 펼쳐지고 문제지역 주변 감시카메라(CCTV) 화면들이 등장한다. 제한된 모니터 안에서 서너개의 CCTV 화면을 들여다보는 수준의 관제 시스템에 비해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나고 대처시간도 크게 단축된다. 김 대표는 “IoT가 발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관리해야 할 기기가 많아지고 모니터링해야 할 공간도 늘어났다는 의미”라며 “또한 스마트시티처럼 관제해야 할 영역이 도시 혹은 국가 단위로 확대되면 기존의 관제시스템만으로는 신속한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엔에스는 2014년 창원·울산·안양·광명시 등 30여개 지방자치단체와 항만청 등 공공기관에 서비스 공급계약을 따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물류센터, 노량진 현대화수산시장, 수출입은행 본사, 다이소물류센터, GS건설 등에도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 테라웍스 버전2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이전 버전과 비교할 때 공간상에서 환경계측 및 위치측위(GPS를 사용하거나 무선 네트워크 기지국 위치를 활용해 서비스 요청 단말기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 디바이스까지 융복합관제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수동적인 관제를 넘어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인공지능(AI)처럼 능동적인 대응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He is]
△1964년 서울 △1991년 서울대 지리학과 졸업 △1991년 LG CNS 입사 △1993년 내무부 지적전산화 연구원 △1996년 LG CNS 공공사업부 GIS부문 과장 △1996년 신공항건설공단 시설통합관리시스템 기술PM △1999년 노블테크놀로지 대표 △2011년 미래엔에스 대표 △2011년 건국대 융복합기술학부 겸임교수
김유식 미래엔에스 대표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본사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김유식 미래엔에스 대표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본사에서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