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집행 시스템을 손보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사실 미국 경찰들은 수십 년간 깨진 유리창 이론이나 강제 몸수색이 가능한 검문검색권(stop-and-frisk)에 의존하면서 공권력에 대한 사소한 도전까지 강력히 처벌해 범죄 의욕을 꺾으려 했다. 게다가 이를 언제 어디서 누구에서 시행할지는 일선 경찰관의 재량에 맡겼다.
또한 많은 경찰들이 여전히 육감에 기반한 수사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과거엔 칭송받았을지 몰라도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이것이 경찰들이 소수인종에 대해 불공정한 태도를 갖게 되는 원흉이라는 지적도 많다. 아니 이유야 어찌됐건 일선 경찰들의 편견은 분명 존재하며, 그로인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런 현실을 개선할 대안으로 예방 수사기법, 즉 범죄 발생 지역을 예측한 뒤 순찰을 강화해 무력화시키는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미국 사법연구원은 이의 개발과 도입을 위해 지난 20년간 다양한 연구기관에 무려 2,400만 달러를 지원해왔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히타치 데이터 시스템즈다. 이 회사는 현재 범죄 예방 분석(PCA)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다. 이 시스템은 범죄 및 체포 보고서, 차량 번호판 스캔 기록, 기상 및 교통상황 보고서, 보안카메라 영상, 심지어 SNS의 정보까지 샅샅이 분석해 디지털 지도에 범죄 예상 지역을 표시해준다. 예감에 따라 수상한 사람을 쫓기 보다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범죄를 예측하고, 데이터에 맞춰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개발팀의 책임자인 마크 줄스 박사는 PCA가 익명성이 강하다고 강조한다. 위험 지역을 보여줄 뿐 특정 인종이나 특정 사람을 감시하라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론상 이런 예방 수사기법은 기존 방식보다 분석적인 시각을 더해줄 수 있으며, 경찰에게는 도시의 전지역을 동시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시스템에 입력되는 정보가 중립적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시스템에 데이터를 입력하면 편견 없는 분석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입력된 데이터 자체가 편향돼 있다면 알고리즘도 편향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결과를 내놓을 위험성이 다분합니다.”
이는 분명 타당한 걱정이다. 그래서 시범운용을 통해 데이터의 편향성을 확인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쯤 미국 내 6개 도시의 경찰당국에 PCA의 베타버전이 도입될 예정이다.
“PCA는 마법의 도구는 아닙니다. 그러나 범죄의 위협에 처한 시민들에게 경찰이 자신을 불공정하게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줄 수는 있습니다.”
1,022명
더 가디안이 집계한 2015년 1월 1일부터 11월 17일까지 경찰에 의해 숨진 미국인의 수.
깨진 유리창 이론 (Broken Windows Theory) - 유리창이 깨진 건물을 방치하면 더 큰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범죄학자 조지 켈링의 이론.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