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C형간염 환자들 언제까지 방치할텐가

송대웅 사회부 차장



“몸 안에 간염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치료받으려면 수개월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환자는 그야말로 속이 탈 겁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A교수의 말이다. A교수는 지난해 11월 한 의원의 주사기 재사용으로 100명가량이 집단 감염된 C형 간염 환자 일부를 진료하고 있는 의료진이다. 이 환자들은 감염이 됐음에도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A교수의 설명이다. 더욱이 C형 간염은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간경변·간암으로 악화돼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C형 간염은 유전자형에 따라 1a형과 1b형, 2형 등으로 나뉘는데 국내에는 1b형의 유전자형이 많다. 1b형의 경우 보험급여가 되는 치료제도 나와 있다. 문제는 이 집단 C형 간염 환자들의 경우 특이하게 선진국에 많은 1a형 환자였다는 점이다. 1a형 C형 간염 전문 치료제인 길리어드의 소발디와 하보니는 아직 국내에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험 적용이 되는 인터페론 주사 치료 등이 있기는 하지만 치료 효과가 소발디와 하보니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 치료제를 비보험으로 사용할 수는 있으나 이럴 경우 3개월 약값이 무려 4,8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크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부랴부랴 이들 치료제에 대한 보험 적용 논의에 나섰고 이르면 오는 7월부터 보험 적용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다 해도 환자들은 앞으로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암을 유발할지도 모를 바이러스를 몸속에 넣고 산다면 하루하루가 초조하고 고통스러울 것임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이렇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주사기 재사용을 한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뿐이다.

올해 들어서도 주사기 재사용 병원 의심 사례 신고가 이미 50건을 넘어섰다. 앞으로 또 다른 집단 C형 간염 발생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대한간학회가 추진하고 있는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에 C형 간염 항목을 포함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방안 가운데 하나다.

병원 이용이 잦아지는 40세와 60세 등 중노년층의 국가 건강검진에 C형 간염 바이러스 항목을 포함하면 조기 발견과 동시에 추가 감염과 확산을 막을 수도 있다. 항목 추가에는 1인당 1만원 미만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간학회는 이미 C형 간염 항목 추가 때 들어가는 비용과 효과에 대한 분석을 완료한 상태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C형 간염 예방과 관리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때다. sd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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