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한국시간)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던 거포 듀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동시에 강타한 날이었다. 이대호의 한 방에 스콧 서비스 감독은 “공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며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검증된 이대호의 파워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둘렀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박병호의 132m짜리 대포에 “배트 스피드가 시속 111마일(약 179㎞)에 달했다. 맞바람도 뚫어버렸다”고 전했다.
이대호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2대3 시애틀 패)에 8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 0대2로 뒤진 5회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데뷔 후 최소 타수(5타수) 홈런 기록도 썼다. 박병호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3대4 미네소타 패)에 6번 지명타자로 나서 2대2로 맞선 8회 솔로포를 쏴 올렸다. 둘 다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때려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단 경기 홈런 기록을 작성했다.
이제 시작이다. 팀 내 입지를 굳힌 박병호는 이른 시간에 짜릿한 손맛을 느끼며 삼진이 많다는 우려가 고개 들 가능성을 걷어차 버렸다. 마이너리그 초청선수로 출발했으나 성실성을 인정받아 기회를 얻은 이대호는 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냈다. 아직은 왼손투수가 나올 때만 등장하는 백업이지만 애덤 린드가 영원한 주전 1루수일 리는 없다.
이대호는 2006년(26개)과 2010년(44개) 한국 홈런왕 출신이다. 2010년에는 9경기 연속 홈런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병호는 이대호가 일본으로 건너간 2012년 바통을 이어받았다. 31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에 오른 그해를 시작으로 4년 내리 홈런왕을 차지한 뒤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지난 2년간 105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박병호는 첫 홈런 다음날에도 안타를 때려내며 4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갔다. 10일 계속된 캔자스시티 원정(0대7 미네소타 패)에서 7회 2루수 키를 넘기는 중전안타를 기록했다. 오른손 선발투수 이안 케네디를 맞아 두 번 다 루킹 삼진으로 돌아선 뒤 세 번째 타석에서는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9회 마지막 타석 때는 대만 투수 왕젠밍을 맞아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4타수 1안타 2삼진을 기록한 박병호는 시즌 타율 0.231(13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오클랜드전(1대6 시애틀 패) 2회 2사 1루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1타수 무안타에 몸 맞는 공 1개를 기록한 이대호는 7회 오른손 불펜투수가 올라오자 왼손타자 린드로 교체됐다. 이대호의 시즌 타율은 0.143(7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가 됐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