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지난 3월 안도 랠리를 펼친 국내 주식시장은 이달 들어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고 있다. 4월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국내외 이벤트는 13일 총선과 오는 15일 중국 1·4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 17일 산유국 회동, 26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이다.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해도 정책 기대감이 극복할 것으로 보이고 3월 회의록을 고려했을 때 4월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 국제유가 역시 현재 공급과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오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내 이벤트인 총선은 어떤 영향을 끼칠까. 1980년 이후 치러진 아홉 차례의 총선 중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번은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총선 전 10일간 주가 상승률은 -0.63%를 기록했지만 총선 후 10일간은 0.75%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두 가지다. 총선이 끝나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 총선 이벤트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낮다는 점이다. 급격한 경기 하락의 위험만 없다면 총선이라고 해서 특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경기예측지표인 ‘장단기 금리 차’가 아직 1%포인트 수준의 플러스권을 유지하고 있고 제조업지수도 지난해 말 급락세에서 벗어나 다시 반등하고 있다. 물론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주요 경기예측지표가 악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하강을 섣불리 예견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이에 따라 올해 4월 총선은 경기 위기가 없었던 해의 총선처럼 불확실성 해소의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달의 주요 이슈는 역시 실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주 미국에서는 알코아를 시작으로 1·4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올해 1·4분기 미국 어닝시즌은 상품가격 하락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 영향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금융정보 업체 팩트셋은 에너지·원자재·금융 등 10개 주요 섹터 기업실적 예상치를 모두 내렸다.
다만 팩트셋은 올 2·4분기 2.5% 감소, 3·4분기 3.7% 증가, 4·4분기 11% 증가를 예상하며 3·4분기 이후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기업들의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전망에 대한 우호적인 내용이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제조업지표 개선과 국제유가 안정, 달러 강세 완화 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비록 올 1·4분기 실적은 2009년 1·4분기 이후 최악으로 예상되지만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편 국내 기업 실적은 지난달부터 실적 예상치가 반등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의약품(연초 대비 67.1% 증가)과 전기가스업(〃20.9%) 등이 실적 전망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화학·섬유의복·유통 등도 이익 전망이 올라갔다. 안도 랠리 후 펼쳐지는 어닝시즌에는 실적이 답이다.